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온갖 것을 먹어치우면서 살아가는 기괴한 괴물 같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를 거친 모든 국민들은 이 괴물과 함께 자랐다.
누구에게는 마음이 아픈 학교생활을, 누구에게는 자존감이 없어져 버린 학교생활을 보내게 해 주었다.
졸업한 몇몇 사람들은 험한 전쟁이나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외치듯이 '그땐 정말 지옥 같았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들이 다시 부모가 되고 자녀가 생기면 이 기괴한 괴물은 이번엔 자녀의 삶을 먹으며 계속 자라난다.
부모들은 그 괴물이 자신의 아이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성공과 부를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그 괴물에게 자신의 아이를 산 재물로 바치기도 한다. 아니 모두가 재물 이 되기를 기다리며 줄을 선다. 내가 왜 이 재물이 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모두가 그렇게 서 있는다.
그러는 동안 괴물은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며 몸집을 부풀리며 살아간다. 그 괴물은 싫어하는 사람들을 꼬시기 위해 고상하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고, 예전부터 그 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입시의 공정성을 맘껏 뽐내며 착한 척 아양을 떨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모습이 더욱 기괴하게 변하게 되었다. 이제는 손도 댈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위력 또한 대단하여 모든 사람들을 계속 혼란 속에 빠뜨린다. 많은 교육학자나 심리학자, 교육채널이 나서서 총공격하거나 공정성을 앞세운 교육기관이 미래교육을 운운하며 덤비려고 해도 한순간에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힘이 커져 어떤 대안도 맞서지 못하는 덩치 큰 기형적인 괴물이 된 것이다.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변화가 꼭 필요한 사회와 개인에게 깊게 침투하여 어떠한 대항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결국 그 괴물에게 기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괴물과 공생하며 사는 문화를 만들어내게 되었고, 변화와 도전과 발전은 이 괴물에 발목을 잡혀 꼼짝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쯤 되면 비극적인 결말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다행히 소수의 몇몇 사람들은 괴물을 무찌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기생과 공생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이 괴물의 사악함을 알고 허점을 찾아낸 사람들은 괴물이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풀뿌리처럼 작은 힘을 모아 괴물을 무찌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단결된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괴물의 문제점을 찾아내거나, 그동안 괴물을 만들고 괴물의 거짓에 영혼을 빼앗긴 학교,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돕는다. 괴물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리고 용기를 내서 모두 함께 괴물과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괴물의 몸에서 비정상적인 교육이 한 꺼풀씩 떨어져 나가고 정상적인 말랑말랑한 입시제도가 나와 각자가 지닌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가 가지자고, 공정하게 평가받도록 하자고 알린다.
이들의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분들의 노력에 감사함을 느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학교에서 수업 중 아이들과 전쟁은 없앴지만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한 쇠붙이를 먹고 자란 괴물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보는 활동을 해았다.
'안녕, 괴물. 넌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먹은 것 같아. 이제 욕심 그만 버리고 물러나 주렴.'
아이들이 쓴 글이 내가 입시 괴물에게 하고 싶은 말이 되었다.
괴물이 사라져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