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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나만의 '자유'를 위하여

젊은이들과 대화하다보면 자신이 바라는 미래나 만나고 싶은 이성, 그리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남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에서 한참은 부족해 보이고 그 때문에 자존감이 깎이는 것을 본다. 


자신이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이상이 현실과 다르고, 그 간극을 어떻게든 메워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은 스트레스와 우울을 가져온다. 


노자는 거피취차(去彼取此)라고 했다.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는 것', 이는 남이 말하는 바람직한 것(저것)을 버리고 내가 바라는 것(이것)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상보다는 현실,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거피취차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노자보다는 공자의 가르침이 더 강력하다. 공자의 사상은 한마디로 극기복례(克己復禮), 곧 자기를 극복하고 예를 따르는 것을 사회의 기초로 보았다.


공자가 강조하는 보편적 이념이란 원래 존재하는 것(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것과 좋은 것에 반대되는 되는 사회나 사람을 '구분'하고 '배제'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느 한쪽이 옳지 않은 다른 한쪽을 억압하면서 자율성을 유린한다.


사회가 '우리'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삼으면서 '나'는 버려야하는 존재, 사회가 바라는 기준에 따라 맞춰가는 존재로서만 의미가 있게 되었다. 때문인지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 드러나지 않는 자아를 과시하기 위해 사람들은 그렇게 외모나 소유, 자리(권력)에 연연하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며 산다.


하지만 노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 남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자의 무위(無爲)란 덜고 또 덜어내는 것으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임을 선언하게 한다. 


사실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람은 조직 안에서 규범이나 신념을 잘 지키는, 곧 대답에 익숙한 사람보다는 질문을 할 줄 아는 창조력과 상상력을 가진 주체적인 인간이다.


우리는 여전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데 서툴다. 꿈과 이상은 늘 멀리 있고 나의 현실은 못나 보인다. 


그런데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니라 남이라면 어떻게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를 깨달을 수 있을까. 신영복 선생이 말한 것처럼,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자유(自由)'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나의 몸에 있다. 보편적 이념이 아니라 나의 일상, 곧 나의 몸과 마음이 세상 모든 것이다. 천하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자기 몸에 집중하고 오늘을 활기차게 사는 것이야말로 노자가 우리에게 남기고자 한 메시지다.


내 밖의 저것, 곧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그 사람, 내 마음을 흔드는 걱정,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내가 바라는 것들을 버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이것, 곧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바꿀 수 있는 현재에 충실한 것이 삶의 지혜다.


거피취차(去彼取此), 계속 되내이고 싶은 가르침이다.

명나라 화가 장로(張路)의‘소를 탄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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