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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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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오지도 않았는데) 간다

그해 봄

'라면 먹을래요?'


<봄날은 간다> 때문에 왠지 라면이 먹고 싶어지는 밤이다.


다시보니 순수한 상우(유지태)보다는 상처입은 은수(이영애)가 더 눈에 들어온다. 물론 우연히 찾아온 사랑은 봄날처럼 환하고 따듯했기에 술 먹고 전화하다가 강릉까지 택시 타고 가는 상우가 여전히 멋지게 보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현실적이며 안정적인 사랑을 찾는 은수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사랑은 늘 그렇듯 가슴을 뛰게 하고 황홀한 절정에 다다르지만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이에게는 그 때문에 두렵기도 하고 더 빨리 사그라들기도 하는 법이다.


어느날 나란히 묻힌 무덤을 바라보며 '상우씨, 우리도 죽으면 저렇게 같이 묻힐까?'하고 물을 때 은수는 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익숙함과 지루함에서 자유로운 사랑이 있을까?


화가 나 사라져 버린 상우를 직접 찾아가고, '헤어지자'고 말하고는 계절이 바뀐 뒤 나타나 '오늘 같이 있을까?'하고 말하는 그녀는 밉긴 해도 나름 애를 많이 썼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저물기에 아름답지 않은가.


치매 걸린 할머니가 '떠난 버스와 여자는 붙잡는 것이 아니다'며 손자의 등을 쓸어내려줄 때 눈물이 터져 나오는 건 아련하고 짠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하고 묻는 상우 역시 알고 있다. 변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는 것을. 다만 그 바램의 순수함을 아는 까닭에 어색한 웃음만 짓지만 결국 그도 변한다(성장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봄의 시작이 늦춰지곤 있지만 곧 시작될 봄의 길목에서 나는 왜 봄날이 가는 것을 미리 걱정할까. 뭐든 너무 좋아하면 바보가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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