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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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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못하는 사람

세월호 10년

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침 미사 후 출근하는 길에 '천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를 들으며 혼자서 운다.


천개의 바람은 어디로 갔는가?


10년이라는 시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아끼는 친구를 잃은 아이들은 어떻게 버텨 냈을까?

제자를 잃은 선생님들은?


슬퍼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어떻게 슬퍼해야 할까?


10년동안 아파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는지, 속 시원히 원인을 밝히고 사과와 책임을 졌는지 묻는다면 화부터 먼저 난다. 이태원 참사 때도 그랬다.


나의 부족함을 고백한다. 세월호 참사로 조카를 잃은 수녀님이 계셨다. 그분을 잘 알았기에 세월호 1주기가 되었을 때 편지를 썼다. 조카는 하느님께 맡기고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오시라고.


나의 섣부른 조언을, 나만 생각하고 함께 아파하지 않고 도망친 것을 뉘우친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래야 한다.


서둘러 눈물을 닦으라 하지 말고 옆에서 계속 기다려주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늘은 조용히 기도한다.


마음으로 아파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세월호 친구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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