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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게 좋아 Aug 04. 2024

카니보어 3일, 고기만 먹고 살기

지난 몇 달 동안 건강한 식단에 대해 생각하고 수많은 영상을 시청해왔다. 술과 담배로 건강을 망치면서도 살고는 싶은지 식단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었는데, 생각만 하고 있던 카니보어 식단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채식과 육식. 비건과 카니보어. 둘 다 극단적인 식습관이지만 비건에는 도저히 마음이 가지 않았고 여러 영상들을 탐구한 끝에 카니보어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이외에도 야채과일식과 생식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참 올해 들어 별짓을 다 한다는 느낌이 든다. 카니보어는 철저한 육식을 하는 식단으로, 고기와 해산물, 계란, 버터 정도까지 허용 된다. 그 외에 식물성 음식은 전혀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서구권에서는 꽤나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나는 몇 달 동안 아침에 당근과 양배추, 통밀빵을 먹어왔는데, 최근 역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식사를 차리는 일이 귀찮아져서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동물성 식품을 먹어보았다. 


3일 동안 잘 지켰고, 실패했다. 약속 횟수가 보통 사람들보다 적은 편인데도 확실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카니보어 식단을 유지하기란 무척 힘들다. 탄수화물과 당이 없는 비가공식품을 외부에서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고깃집에 가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한다.엄청나게 확고한 의지가 있지 않는 이상 보통 사람들이 카니보어로 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극단적이다. 


어쨌든 애초에 목표는 단기로 해보는 것이었고, 카니보어로 살리란 다짐보다는 호기심이 더 강했기에 3일 동안 한 것으로도 만족한다. 지금 생각으로는 카니보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절반 정도를 완전 육식만 섭취하는, 세미 카니보어어의 길을 걷는 게 어떻겠냐는 생각이다. 


카니보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저녁에 찾아오는 폭식 때문이었다. 아침과 점심까지는 괜찮다. 특히나 원래도 나는 단백질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카니보어 시작 전에도 점심 도시락으로 거의 고기와 계란, 해산물만 섭취했었다. 하지만 행복은 탄수화물에서 온다고 했던가... 저녁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너무 맛있고... 식욕이 계속 올라왔다. 저녁만 되면 음식을 더 먹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지 못 하고 식사를 멈출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을 거치면서 카니보어 식단을 하기로 결심했다. 


특히나 나는 저녁은 거의 집에서 먹지 않고 퇴근 후 밖에서 김밥이나 만두 같은 싸고 빠르게 섭취 가능한, 탄수화물이 주인 음식을 먹고 바로 운동을 하러 가는 일이 많았기에 식사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가능하다면 저녁을 거르고 싶지만 배가 고파서 그럴 수 없었다. 


3일밖에 하지 않았지만 내가 느낀 카니보어의 가장 큰 장점은 포만감이 오래가고, 조리가 간단하다는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단백질이 주는 포만감은 탄수화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탄수화물은 먹을 수록 더 먹고 싶은 마약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단백질은 애초에 물려서 많이 먹을 수도 없다. 한 끼에 고기 3~400그람 정도를 섭취했다. 2인분은 먹는 셈이다. 이때 오로지 고기와 소금만 먹고 야채나 밥 같은 다른 음식은 일절 먹지 않고 양념도 금지했다. 


점심에 고기를 든든히 먹으면 저녁까지 배가 고프지 않고 저녁에 또 든든히 먹으면 잘 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다. 3일 동안 돼지고기, 오리고기, 소고기, 계란만 먹었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순대 내장만 사와 돼지 간과 내장을 섭취했다. 삼겹살은 3일 내내 먹어도 맛있었고 어떤 고기도 질리지 않았다. 포만감이 오래가고 좋았다. 무엇보다 가공식품을 먹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아 심리적 만족감이 높았다. 동물성 식품 외 다른 것은 일절 먹지 않았지만 설탕 없는 커피는 계속 섭취했다.


그리고 배가 고프지 않은 것과 무엇을 먹고 싶은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였다. 


시간이 갈수록 탄수화물을 먹고 싶다는 갈망이 올라왔다. 액상과당은 원래도 입에도 안 대고 살았고, 설탕을 최대한 적게 먹으려고 노력해왔음에도 탄수화물 갈망은 정말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저녁에 과자를 사먹으면서 슬픈 엔딩을 맞이했다. 몸무게를 재지 않아 체중이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3일밖에 하지 않았기에 딱히 변화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고기를 배부를 때까지 마음껏 먹었기에 총 섭취 칼로리 양도 높았기에 살이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가장 좋았던 점은 포만감이 오래가는 것과 함께 몸이 가볍다는 점이었다. 탄수화물을 먹은 후에는 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고기는 많이 먹어도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가벼웠다. 컨디션에도 문제가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아침에 채소를 꽤 많이 먹어왔는데, 그럼 곧 배가 살살 아프면서 화장실에 가곤 했다. 이게 채소가 안 맞아 배가 아파 가는 것인지 쾌변을 하는 것인지 헷갈렸는데 카니보어 식단을 하니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줄었고 배도 아프지 않았다. 내 몸이 채소에 맞는지는 복통과 변의 때문에 의문이 드는 상태다. 채소가 맞지 않는다는 쪽으로 조금 더 기우는 중이다.


그렇다고 고기가 내 몸에 맞냐 하면 아직 너무 초기 단기이기 때문에 알 수는 없다. 현재는 한 끼는 육식을 하고, 나머지 한 두끼는 원래대로 탄수화물과 함께 먹고 있다. 일단은 하루에 한 끼는 동물성 식품만을 섭취하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순당과 가공식품을 먹지 않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느끼는 카니보어의 최고 장점이다. 


카니보어를 시도하고 디지털 단식을 하면서 최대한 휴대폰을 보지 않고 살아가려 하고, 공부를 하고.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고자 하는 지금 이 상황들이 내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나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 확실하고 강력한 변화가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시궁창이다. 주 7일 일하는 경제적 노예 상태이다. 그래도 한 주 동안 알콜중독자로서 성과는 있었다. 이번주는 금주를 꽤나 했다. 저번주에 일주일 중 술을 마신 횟수는 단 두 번이었다. 이것도 내게는 큰 노력을 요한 일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삼 일째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다. 


회사 가는 게 정말 싫긴 하지만 강제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해주는 것은 직장 생활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중하면 삶이 고통스러워지기 마련이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내 현재 형편없는 경제력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외 모든 것이다. 


명심하며 살아가려 하곤 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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