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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바보바오밥 Jul 29. 2024

나누는 즐거움 독서공동체를 알다

(이 글은 브런치 작가되기 승인받기 위한 3꼭지 제출글 중에 한 편입니다)  

  




#나누는 즐거움 독서공동체를 알다





 “누군가 불행하다는 사람 있다면 저한테 오세요. 제 행복 나눠드릴게요. 남 주고도 남을 정도로 요즘 저 너무 행복해요.”     


 7년 동안 책 모임 하는 동안 내가 자주 했던 말이다. 혼자 읽는 책 읽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처음부터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즐거움을 독서 입문기 때 알았더라면 독서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대학 시절에 책 토론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김동인의 <감자> 책을 읽고 토론했고, 윤동주의 시를 읽고 시 토론도 했다.


아이들 독서 수업 하면서도 학원 선생님들이랑 독서 토론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런 모임과 내가 만난 동화 읽는 모임이 뭐가 다르길래 그때 못 느꼈던 행복감을 느낀 것일까? 편하고 편하지 않다의 차이다.


자유롭고 자유롭지 않음의 차이일 것이다. 어느 정도는 독서에 눈을 떠서 갔기에 그 모임을 열린 마음으로 대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책 모임을 통해 마음 나누기를 배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큰아이 4살 때 내 발로 찾아간 책 모임. 책 문화 확산 운동을 하자며 오랫동안 시민이 만든 단체인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은 내 생애 첫 책 모임이었고, 내 나이 서른여섯에 만났다.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가정주부였다. 대부분 어떻게 하면 책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물어물어 모임을 찾아왔단다. 옆집 엄마가 소개해서 오기도 했고, 아는 지인이 책 한 권 들고 어딘가 가길래 물어봤더니 좋아서 왔다는 분도 있었다.


평소 도서관을 자주 다니는데 모임 공지를 보고 기다렸다가 왔다는 분도 있었다. 안양에서 인천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은데 도서관에서 사람들은 만나면 왠지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 같았다.


네살 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관계를 맺어가야 하고, 어디 가면 괜찮은 엄마들을 만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고민을 하다 찾아간 곳이다. 소원대로 찾아냈다.   

   

 실은 아이가 없던 30대 초반 나는 이 모임을 알게 되었다. 20대 후반 졸업 후 첫 직장으로 독서지도사가 되었고, 초등 아이들을 가르쳤다. 교실 안에서 수업하던 것을 한 번씩 아이들도 도서관을 데려가서 책도 읽히고, 놀다 왔다. 도서관과 친해져야 독서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종종 데려갔는데, 1층 어린이 자료실에 꽂혀있는 ‘동화 읽는 어른’ 회지를 본 것이다.       


 수업하는 그 지역에서 책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신입 교육도 받았다. 교육을 마치고 같은 기수들끼리 일주일에 한 번 어린이 서점 세미나실에서 모임 했는데 3번 참여하고 접었다.


 다들 초등 자녀를 둔 엄마들이고 애가 없어서 그런지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약속 하나를 했다. 아이 낳으면 꼭 이 모임을 다시 찾으리라. 잊지 않고 6년 뒤 큰아이가 4살 될 무렵 첫 동화 모임의 광명지회가 아닌 부평지회 회원이 되었다. 그 사이 나는 부평으로 이사갔다.      

  


 다른 책 모임도 아닌 어른들이 동화책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이어서 좋았다. 책 이야기도 좋았지만 특히 아이 교육 정보를 나누고 육아 팁을 얻을 수 있어 더 좋았다. 아이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책으로 얻어진 정보 말고, 나보다 애를 먼저 낳고 길러본 엄마들의 이야기를 늘 듣고 싶었다.      



 “애가 이제 4살인데 지금 어린이집 다니거든요. 앞으로 유치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어떤 곳이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애가 갑자기 밤에 열이 나면 무서워요.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이런 것조차도 나는 어디 물어볼 데가 없었다. 육아 경험이 많은 엄마들이라서 여러 조언과 팁을 듣고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책을 읽는 엄마들이라서 그런지 한 분 한 분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들이 많았다. 나는 초등 아이들 독서 지도를 하고 있던 터라 그분들에게 아이들 독서와 일기 쓰기에 대한 팁을 주기도 했다.


아무튼 신입 회원 교육을 받고 매주 만나는 수요일에 만나서 책과 함께 사람 냄새가 나는 나눔을 서로가 주고받았다.      



 “이 모임을 소개해 준 엄마가 책을 읽고 2시간 동안 이야기를 한다기에 어떻게 2시간 동안 책 한 권을 가지고 이야기할까 궁금했거든요. 막상 모임에 참여해 보니 이게 정말 가능하네요. 오늘은 시간이 모자라기까지 했잖아요.”


 신입 교육을 받고 난 직후 처음엔 이런 공부하는 줄 모르고 들어왔다는 동기 희진 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냥 내 애한테 책 좀 잘 읽혀보려고 왔는데 발제도 하고, 깊이 있는 책 토론까지 하니 좋다고 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가진 책 모임이지만, 어떤 날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이야기 하다 헤어질 때도 있었다. 책도 좋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 나눔 속에 우리는 괜찮은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신입 교육을 받고 분당으로 이사 간 동기분도 한동안 매주 찾아왔었다.      


 “10년 넘게 부평 살면서 여기저기 오라는 데도 많았는데 막상 이사 가니 찾아갈 데도 없고 우울했는데 책 모임에 오니 우울감이 싹 씻겨나갔어요.”    

 

 분당으로 이사 간 동기분도 한동안 매주 찾아왔던 왔었다. 서른여섯 살에 시작된 내 인생 첫 책 모임, 이제는 이 모든 게 추억이 된 지 오래다. ‘동화 읽는 모임’은 큰아이 3학년 때까지 7년간 활동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그 끝은 시작이었다.



동네 안에 또래 엄마들끼리 독서공동체 책 모임을 만들었다. 안소영의 <책과 노니는 집> 책 토론을 마치고 ‘책 바보’라고 우리만의 모임 이름도 정했다. 오늘처럼 햇살 좋은 봄날에는 산에 가서 돗자리 깔고 토론하고, 모임 마치면 각자 한가지씩 챙겨온 나물과 김치 넣고 비빔밥도 해 먹었다.


동네 공원 정자에서도 했다. 동네 모임이니 모이기가 쉬운 게 한 번씩 식구들 저녁 차려주고 막걸리에 파전을 나누는 사이로도 발전했다. 연말이면 ‘책 씻는 날’을 정해 멤버들에게 줄 편지와 선물, 포트럭 음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 짓기도 했다.


 어린이 도서 연구회 ‘동화 읽는 모임’도 그렇고, 책으로 육아하는 동네 엄마들과 함께한 ‘책 바보’ 모임도 모두가 나의 30대 시절 옛이야기다.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모임이고 사람들이다.


 혼자 읽는 책 읽기보다 사람들과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그 시절 그 사람들이 오늘 무지 그립다. 모두 잘살고 있을 것이다. 책 바보 모임은 아직도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동화 읽는 어른 모임도 마찬가지로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막걸리 한잔에 파전으로 그때 그 시절 안주 삼아 요즘 사는 이야기도 나누는 행복한 상상 하며 오늘도 나는 책을 펼친다.      

혼자 읽는 책읽기에서 함께 읽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아가면서 현재는 동네를 넘어 전국 독서커뮤니티 운영하는 리더가 되었고 책모임 진행도 하고 있습니다.
집근처에 오프라인 공간도 만들어서 첫돌잔치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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