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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바보바오밥 Jul 19. 2024

 끙끙거리며 견뎌내기  

(비 온뒤 걷기의 즐거움)

#매일읽고걷고쓰는삶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68일차!



어제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맑다.


비온 뒷날 산책은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촉촉한 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집앞 숲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냥감 낚을 준비를 이미 이른 아침부터 마친 거미줄을 만났다. 거미줄 쳐놓고 어디를 갔는지 도통 보이지 않는 거미.  


'어디 간 걸까? 자기 보다 더 사나운 녀석에게 잡아먹힌 것일까? '


아니면 잠깐 사냥감이 어디에 많은지 산책 나간 것일까? 새벽이슬인지 살짝 내린 빗방울이 맺힌건지 모를 거미줄 하나를 보고 궁금해졌다.



 집앞에 산이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훅' 하고 산을 오를 수 있으니 이곳이 지상낙원이구나 늘 드는 생각이다.



가는 길에 달맞이 꽃도 보고, 나무에서 떨어진 참나무 열매도 보았다. 가을이 되기도 전에 이렇게 채 자라지 못하고 떨궈진 참나무 열매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가을까지  갈색 열매로 참하게 익어가지 못했는데 중간에 떨궈진 이 열매는  어떤 마음일까?


"미리 떨어지길 잘했어."

할까? "아휴, 나는 이렇게 떨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가을까지 실하게 열매 맺고 싶었는데?"

할까?


떨어진 참나무 열매의 마음이 되어 잠시 생각해본다. 비온 뒤 숲속 걷기는 마음이 차분해진다. 요 며칠 불볕더위로 사람도 죽겠다 했는데 나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비는 분명 고마운 비였다고 말을 하듯, 물기를 머금도 서있는 나무들이 건강해보였다.


나무옆에 옹기종기 나있는 풀과 꽃나무들도 마찬가지다.


졸졸졸 물흐르는 계곡물은 보이지 않는데 땅밑으로 하수구가 있는지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비가 많이 오긴 왔나보다.



40여분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오늘의 논어필사와 절기일기가 기다리고 있다.


늘 그렇듯 하지 않으면 허전한 일들이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마시는 음양탕 프로폴리스도 한잔 타서 필사를 시작한다.


"하는 말을 듣고 하는 짓을 봐야" 공선생은 삶의 관행에 관해서 말을 한다. 말과 행동은 일란성쌍둥이처럼 반드시 같아야 한다고, 말따로 행동 따로인 삶의 관행을 버리라고.



내가 뱉은 말과 글은 꼭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공감이 갔다. 혹시 최근에 말따로 행동따로, 글따로 행동따로 한적이 있나 기억 저편 너머 더듬거려본다  



잠시나마 화마가 닥쳐온 것처럼 불볕 더위로 힘들었을 사람과 자연에게 어제 내린 한바탕 비는 단비였다.


장마라고 하지만 한풀 꺾여서 오늘은 햇볕이 내리쬐고 있으니 이것도 좋다. 다음주가 걱정이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린다는 기상 정보를 보고, 미리서 빨래도 해둬야겠다.



아무튼 최근에 소서 불볕 더위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이란다. 붙볕더위와 함께 비도 자주 내려줘야 비로소 가을이 온단다.


엄청난 변신을 꾀하는 가운데 끙끙거리고 있다는 소서절기. 소서가 그런 계절이니 너그러이 받아들여야 한다.  치열한 현장을 견뎌내는 기운이 있고 양에서 음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자연도 사람도 끙끙거리며 이겨내고 있는 이 계절.



나는 어떤 자세로 폭염과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7월과 8월을 견뎌낼 것인지 잠시 생각해보는 아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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