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곳은 나의 별장이라 불러야겠다. 별장으로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밤새 터전을 순찰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새벽에 메인 집에서 잠깐 눈을 부친 후 오전 9시쯤 어슬렁거리며 길을 나선다. 어슬렁어슬렁 졸린 눈으로 언덕을 내려가다 보면 맨날 나한테 짖어대는 검은개ㅅ 아니 검은 큰 개가 나를 놀라게 해 알람처럼 정신을 깨워준다.
오전에 별장으로 가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아침잠을 한 숨 자는 게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밥 만 먹고 갔는데, 밥을 먹다 보면 햇살이 등을 덥혀주는 게 잠이 스르르 온다. 메인 집의 돌바닥과는 달리 나무 바닥으로 되어있는 별장은 배도 따뜻하게 앉아있기에 좋다.
처음에는 같은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잠을 청했다. 별장 사람들도 딱히 뭐라 하지 않는 분위기라 길목 한편에 앉아 조심스레 낮잠을 청하곤 했다.아직은 어색한 별장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를 위해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 태세로.
익숙해지는 게 무서운 거라고 나는 별장의 따스함에 무장 해제되기 시작했다. 오전의 볕이 길게 들어오는 별장의 테라스를 온돌 삼아 어느새 늘어져버린 내 몸을 발견한다. 자다가 뜨거워지면 그늘에 얼굴만 살짝 넣어놓고 햇살을 이불 삼아 다시 잠에 든다. 박새와 곤줄박이들이 그렇게 나무들로 날아들며 지저귀지만 그 마저 한 소절 자장가로 들릴 뿐이다. 새 잡이 놀이는 나중에 해도 그만, 잠이 우선이다.
별장 사람들도 편해진 것 같다. 저들이 왔다 갔다 거려도 조용히 자게 놔두니 나로서는 땡큐일 뿐. 하루 16시간은 자 줘야 하는 나는 별장에서 자는 이 꿀맛 같은 1시간의 아침잠을 가히 최고라 생각한다.
잠을 청하는 자세도 다양해졌다. 등을 아예 바닥에 대고 자보았다. 온몸이 스트레칭되는 게 매우 개운하다. 누워서 자기에 가장 최적의 장소는 별장의 현관문이다. 사람들이 가끔 문을 열고 나와서 잠시 옆으로 비켜야 할 때도 있지만, 발 하나를 척 현관문에 올리고 자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기 싫은 스폿이라 종종 마킹도 해둔다.
햇살이 좋은 아침이면 나는 그렇게 별장에서의 시간을 즐긴다. 점점 봄이 오는 요즘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다. 가끔 창문 안 쪽에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려 졸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쳐다보면 별장 사람들 세명의 여섯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고, 입은 활짝 웃고 있다. 고양이 자는 거 처음 봤나... 오늘도 역시 당황스럽지만 그렇지 않은 척 다시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