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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Sep 05. 2023

글을 쓰는 게 조금은 쉬워졌다.

글쓰기는 달리기와 비슷하다.


브런치에 오랜만에 방문하면 나를 반겨주던 알림 문구가 있었다. 지금은 그 알림을 받은 지 오래되어 정확한 멘트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작가님 매일같이 글을 쓰셔야 해요, Brunch는 작가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답니다!'라는 뉘앙스의 알람이었다. 나는 최근 들어 글을 쓸 소재가 없다고 느껴 글이 잘 써지지 않았고 글을 잘 쓰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같이 글을 쓰라는 그 알람문구가 오히려 부담스럽고 심할 때는 짜증이 나기도 했다. 글 쓰는 게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치 달리기를 못하는 사람에게 하루에 10분씩이라도 달리세요!라고 말하면 그게 쉬워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초보 운동러의 모습이었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기에 하루에 10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운동의 힘과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 꾸준함 속에서 기본기는 계속해서 단단하게 다져지고, 그렇게 근육과 체력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확 점프업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이것도 운동과 비슷한 거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아마 세상 모든 일들이 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저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하는 행위 자체가 실력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것을. 하루에 한 줄은 솔직히 너무 적은 것 같고 열 줄 정도라도 글쓰기를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글이 잘 써질 수 있는 거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그동안 글을 쓰던 방식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의 나의 글쓰기를 달리기에 계속해서 비유해 본다면, 오랜 시간 달려본 적도 없고 달려보지도 못한 사람이 오래 달려 봐서 잘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흉내 내면서 나도 저 정도는 달릴 수 있다며 빠르게 달리다 금방 지쳐 포기해버리고 마는 상태와 비슷했다. 나는 자기 페이스를 모른 채 달리는 사람이었다. 달리기를 오래 잘하려면 가장 기초적인 것을 통하여 자기 페이스를 알아내고, 거기에 보폭을 맞춰 포기하지 않고 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의 속도에 영향을 받아 페이스 조절을 실패하면 원래 달릴 수 있는 만큼도 달리지 못하게 되고 부상의 위험도 생기게 된다. 나는 이렇듯 잘못된 방식으로 남들의 페이스에 맞춰 글을 써왔고, 그만큼 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책망하고 있었다. 그러니 매일 꾸준히 하는 글쓰기가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페이스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그날 컨디션에 맞춰 뛰어야 하는 속도와 거리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나는 나의 몸상태에 맞춰 어느 날은 10분 또 어느 날은 20분 또 어느 날은 5분 30초의 페이스 이런 식으로 조절해 가며 맞춤형 운동을 한다. 그래서 '못하는 날'이 없다. 매번 컨디션에 맞춰 다른 미션으로 운동을 수행하기에 나에게 달리기는 매번 '목표를 달성하는 날'이 된다. 그래서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정한 목표에 맞춰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한,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스포츠이기에 달리기는 매력적이다. 


오늘 느낀 바로는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글쓰기 또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그저 내 페이스에 맞춰 써 내려가면 되는 작업이었고, 달리기와 같이 조금 엉거주춤한 자세로 달려도, 느리게 달려도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해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잘 달릴 필요도 없고, 남들 눈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달리기를 할 때에는 내 앞에 놓인 길에만 집중하면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당장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그저 쓰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굳이 소재라는 게 없어도 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딱히 소재랄게 없어도 글은 완성될 수 있다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지금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써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목표로 한 곳에 도달해있지 않을까? 하는 가슴 뛰는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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