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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Oct 24. 2023

다시 한번 해외 생활을 꿈꾸다

30년 넘게 살아온 내 인생을 회상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압도적인 1순위로 떠오르는 것이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1년'이다.


단순히 동경하던 나라에 가서 살았던 시간이라서? 해외에 있다 보니 뭔가 된 것 같아서? 가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 자체로 인정받았던 시간이 이때뿐이었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가족 간에서도 친구 간에서도 안이고 밖이고 수시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비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모님은 그저 남들 눈에 보이는 딸의 모습에 신경을 썼을 뿐 나라는 존재 자체가 가진 재능과 개성을 눈여겨 봐주지 않았었다. 한국에서는 그냥 평범하게, 남들처럼 너무 눈에 띄지도 않았어야 했고, 너무 뒤처지지 않아야만 했다.


일본에 있을 때 새로운 것들에 많이 도전해 보았는데, 그 일례로 난생처음으로 남자처럼 쇼트커트를 해보기도 했다. 그곳에서는 외관적인 것으로 그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한 사람이 없었다. 빨간 옷을 입고 다니건 꽃무늬 바지를 입고 다니건 친구들은 나를 나 자체로 대해 주었다. 그런 사람들과의 시간들로 인하여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되는구나'라는 용기를 얻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기억들이 아직도 감사히 마음속에 머물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나는 다시금 모든 면에서 자체검열을 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 있는 1년 동안 살이 거의 8kg 이상 쪄서 돌아왔는데 한국에 입국한 공항에서 가족들에게 처음 들었던 말이 "왜 이렇게 돼지가 됐어?" 였기 때문이었다. 보이는 것으로 손쉽게 남을 평가하는 그곳. 나는 내 고국 한국에 돌아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 번만 들었다면 몰랐겠지만, 대학교를 복학한 이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보이는 것들로 암암리에 만들어지는 무리생활에도 다시금 적응해야만 했다.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나는 다시 주위 시선을 신경 쓰며 살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야 했다. 남들 눈에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쿨해 보이는 내가 되기 위해 혹독하게 살아야만 했다. 그것이 내 나름의 생존법이었던 것 같다. 나는 다이어트도 하고 열심히 꾸미고 열심히 공부하며 남들이 우와~라고 할 만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교 4학년 1년을 바쁘게 보냈다.


그렇게 한국에서 남부럽지 않은 곳에 취업을 하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8년이 지난 지금의 내 겉모습은 8년 전과 비교하여 꽤나 훌륭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감춰진 속내까지 들여다본다면 크게 달라진 바가 없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끊임없는 비교와 평가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결혼도 그렇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렇고 결국 사람들에게 '잘 사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증명하듯 삶을 사는 듯하다. 서로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점차 더 강해질 뿐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런 생활에 많이 지쳐버렸다.


그래서 해외로 나가서 다시 한번 자유로운 생활을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 같다. 어렸을 땐 뭣도 모르고 그저 해외에 나가면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사회생활을 꽤나 한 지금의 시점에서 해외에 나간다는 것은 단순히 어릴 때처럼 멋모르고 도전할 일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내가 포기하고 희생해야 할 것들이 어린 시절보다 많아졌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나의 모습',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이 과정은 꼭 필요한 시간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해외에 가는 것이 마냥 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여러 운도 따라줘야 하는 것이기에 아직 갈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굳이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불편함을 감수하려고 하는 이유를 누군가 물어온다면, 그 안정적인 삶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삶의 진리와 행복이 그곳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삶의 매 순간이 새로운 느낌, 내게 벌어지는 작은 일 하나하나에 감동하고 감사할 수 있는 삶을 살려면 내가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기꺼이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운명의 주사위가 어느 방향을 가리킬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래서 주사위를 던져보기로 결심했다.


무료하기만 했던 인생이, 이제 조금 재밌어지려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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