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불행한 이유를 찾다 보면 끝이 없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스스로의 단점을 찾다 보면 끊임없이 부족한 점만 보여, 자존감이 구렁텅이 속으로 빠지고 만다.
'왜 나는 이것밖에 안되지?' 하면서 스스로를 계속 낮게 바라보고, 내가 가진 주위의 모든 것들의 소중함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해 보다 반대로 생각을 전환해 보기로 했다.
과거의 내가 불행한 이유를 찾듯이 반대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이유, 이는 곧 행복할 수 있는 이유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바로, 그것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 다소 자기 자랑처럼 보이는 부분이 많을 수 있으므로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 알레르기가 없는 신체 & 무엇이든 잘 먹는 식성
나는 어려서부터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했다. 나와 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 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친구들 중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들이 있다는 그 자체가 신기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나는 가리는 음식이 없이 자랐다. 피부도 크게 예민한 편이 아니라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뭘 발라도 괜찮다. 그 덕분에 먹는 것이든, 입는 것이든, 바르는 것이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돈이 많이 안 드는 몸인 장점이 있다. 또한, 알레르기가 없기 때문에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행복을 누리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 뛰어나지는 않아도 꿀리지는 않을 정도의 나쁘지 않은 두뇌
누가 봐도 뛰어난 IQ150을 넘는 명석한 두뇌라고는 자부할 수는 없다. 나는 이과적인 두뇌는 타고나지 않은 편이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문과적인 감수성은 타고난 편이라고 생각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을 때 받았던 IQ테스트에서 생각보다 IQ가 높게 나오긴 했었는데 너무 편파적으로 높은 쪽이 있고 낮은 쪽이 있어 밸런스가 안 맞는다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정말 명석한 친구들은 내가 봐도 눈에 띄기 때문에 학생시절에서부터 눈에 띄기 마련인데 난 그 정도는 아니고 평균치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인 것 같다. 그래도 꽤 나쁘지 않은 두뇌를 가졌기에 공부를 하면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항상 따라줬다. 나는 상황분석 능력이 빠르고 눈치가 빠른 편이라 위험에도 반응을 잘하는 편이다. 이런 점들은 내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장점들이다.
- 뛰어나지는 않아도 꿀리지는 않는 외모와 신체
나는 특출 난 미녀는 아니다. 하지만, 하얀 편에 동글동글한 얼굴형의 선한 느낌을 주는 호감형 외모를 가진 편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을 사귈 때에도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고, 아르바이트나 면접을 볼 때에 거절을 당한 경험이 많지가 않다. 살아가다 보면 외모적인 부분도 분명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혜택을 받은 경우도 꽤 많았다고 생각한다. 키나 몸무게는 평균치에 딱 맞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몸은 전체적으로 유연한 편이라 운동을 할 때에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어떠한 운동이든 프로급은 아니어도 아마추어급에서는 잘 따라 하는 편이다. 덕분에 다양한 운동들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 다양한 해외경험
나는 해외에 대한 관심이 많아 어려서부터 해외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래서 어문학을 전공으로 하면서 외국어를 공부하고, 해외생활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렇게 일본에서 1년을 교환학생으로 지냈고, 그 이후에는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버는 대로 해외경험을 늘려나갔다. 첫 회사에서는 운이 좋게 회사 업무로 일본, 중국 출장도 다녀오는 기회를 얻었었다. 그렇게 나는 일본, 중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필리핀, 괌, 베트남, 싱가포르, 유럽(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서부(LA,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등 다양한 해외경험을 쌓았다. 아직도 못 가본 곳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여행을 다닌 과거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남아있는 버킷리스트인 하와이, 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발리 등 더 가보고 싶은 곳들을 죽기 전까지 계속해서 다닐 예정이다.
- 호기심이 많은 아이, 배우는 자세 & 다양한 자격증
나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뭔가 신기한 것을 보면 꼭 내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인지 나는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나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노는 것보다는 뭔가를 해서 나를 발전시키고 또 하나의 능력을 갖추는 게 더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 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화훼장식기능사를 따고 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조주기능사를 따기도 했다.) 어쩌면 외국어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어차피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고 하면 이왕이면 미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와 같이 외국어로 된 영상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른 언어와 문화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며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나에겐 고단하고 지루한 현실을 벗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흥미롭고 즐겁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관심이 많다. 패션, 요리, 동물, 재테크, 부동산, 운동 등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분야에 대해 두루두루 관심이 많고, 어느 정도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이는 내가 해외여행을 다니는데 두려움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어느 나라에서든 잘 적응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 현재의 상황
어려서는 부족한 점이 훨씬 많은 삶이었던 것 같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먹는 것이나 입는 것은 늘 부족했고, 더울 때에도 에어컨을 맘대로 틀지 못하고, 추울 때에도 난방을 트는 것보다 옷과 이불로 꽁꽁 싸매고 살아야 했다. 주위 환경에서부터 부족한 것들이 많으니 나는 내가 가진 능력들을 발휘하고 펼치려고 이것저것에 도전하기보다는 늘 하고 싶은 것들을 숨기며 살아야 했다.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본인이 가진 능력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과거에서 벗어난 지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심지어 나는 뚜벅이로 걸어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과분할 정도로 현재는 좋은 차를 끌고 있고 전국 어디든 내 손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운전경력과 실력도 좋은 편에 속한다. 워낙 강경한 성격과 확고한 취향 때문에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하고 이대로 늙어갈 것을 두려워하던 나에게 지금은 딱 맞는 '남자친구'도 생겼다. 게다가 내가 꿈꿔온 것처럼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남자친구를 만났고, 나를 환영해 주고 예뻐해 주시는 시부모님을 만나 남부러울 것 없이 양가의 축복 속에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남자친구네 집안 분들도 크게 아픈 사람이 없고 다들 건강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
지금 내 상황은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통틀어서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상황이다.
하지만, 왜 나는 환하게 웃으며,
이 상황을 온전히 즐기며 살지 못하고 있는 걸까?
예전에는 나를 괴롭히는 불행의 원인을 '내가 가진 결핍'에서 찾았다.
나는 부족하기 때문에 불행하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못 가진 그 무언가 들이 채워져야지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미친 듯이 그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달려왔던 것 같다.
과거의 나는 배가 고프면 밥을 마음껏 먹을 수만 있어진다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고, 차가 없을 때에는 차만 있어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 부족한 면이 채워진 순간에는 행복함과 뿌듯함, 충만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가능한 영원한 행복이었냐?라고 물어온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지금 내가 가진, 누리고 있는 이 모든 행복을 온전히 만끽하고 싶지만 아직은 어색하고 불편한 것 같다. 부족함만 가득하던 나의 삶이 '충만함이 가득한 삶'으로 바뀌었다. 충만함이 가득한 상황이 내 인생을 차지했던 경험이 현저히 적었어서 그런지,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고 불안하기도 하다.
정작 당사자는 지금이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사실이 스스로도 안타깝고 슬프기도 하다. 나는 지금을 더 누리고 싶고 더 행복하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주위의 부족함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하느라 늘 초조하고 조급하고 불안하기만 했던 내가 이제는 더 밝게 더 많이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내 일을 더 잘 해내고 더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며, 쫓기는 마음보다는 여유로움을 갖고 세상을 마주하였으면 좋겠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인드로 세상을 당당히 마주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슬프고 우울한 생각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예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아름다운 모습, 서로를 응원하고 도닥이며 사는 이상적인 나만의 삶을 살아내며 지금보다 더 밝은 삶으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