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억하는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추억|스티브이 뉴미디어 칼럼
우리나라의 온라인 개인 방송 플랫폼은 '아프리카TV'와 '트위치Twitch'의 양강 체제이다.
유튜브는 라이브보다 VOD 콘텐츠가 중심이므로 개인 방송 측면에서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또한 네이버TV와 카카오TV 등 포털사이트 기반 플랫폼은 후발 주자로 산업 내 영향력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업계 1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아프리카TV에서 최근 주도하고 있는 콘텐츠는 '스타 대학교'이다.
플랫폼에는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의 BJ(Broadcasting Jockey)가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염보성, 정윤종, 이제동, 철구 등 많은 프로 출신 BJ들이 플랫폼 내 최상위급 BJ 포지션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주축으로 다른 최상급 BJ들과 하위/신입 BJ들을 모아 '대학교'의 이름을 붙임으로 스타크래프트 대학교 콘텐츠가 시작되었다.
티어란 일정한 기준으로 실력을 나누는 아프리카TV 내의 자체 랭크 시스템이다.
갓티어(메이저 프로리그~ASL 16강급), 킹티어(ASL 24강급, 챌린저), 잭티어(그랜드마스터), 조커티어(마스터), 1티어(다이아), 2티어(래더 2200급, 플래티넘), 3티어(2000급, 골드) 등 13개의 티어로 구성된다.
스타 대학교는 출신과 상관없이 유명한 BJ를 총장으로, 그리고 전 프로게이머 출신을 교수, 조교로 구성한다.
대학교의 학생은 스타크래프트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티어를 측정하고 입학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10여 개의 대학교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는 O티어 프로리그, 대학리그, CK가 형성되며 많은 시청자를 유입시킴과 동시에 BJ의 참여를 이끌었다.
아프리카TV 내 모든 방송이 [OO대학교]로 도배될 만큼 아프리카TV의 흐름은 대학교가 차지했다.
많은 사람들은 10여 년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를 추억한다.
택뱅리쌍으로 대변되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와 전통의 강호 프로팀 SKT1, KT 등은 당대 최고의 인기였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결승전에는 10만명의 군중이 모이고 심지어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역대급 스케일의 결승전도 열렸다.
그때 10-20대였던 스타 세대는 어느덧 30-40대가 되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2016년을 마지막으로 영원히 저 편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를 아프리카TV 스타리그인 ASL과 스타CK 등 아프리카TV에서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때의 그 감성을 따라가기엔 어려웠다. 아직 다들 옛날의 영광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 리그오브레전드 LCK 프리시즌이 시작되고 배틀그라운드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다른 명백한 대안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어린 시절을 채워줬던 스타크래프트는 스타 대학교 콘텐츠로 정확히 녹아들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개월 간 아프리카TV는 스타 대학교가 차지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대학교는 결과적으로 3가지 이유로 인해 아쉬웠다.
첫째, 사람들은 하는 스타리그보다 보는 스타리그에 익숙했다.
대중은 프로게이머의 숨막히는 전략 수 싸움과 화끈한 전투, 성취감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 대학교에서 보여주는 학생들의 경기력은 시청자에게 만족도를 줄 순 없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프로리그와 같은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용물이 달랐던 것이다.
학생들의 답답한 플레이와 발전없는 경기력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보다는 스트레스를 주었다.
지는 학생의 방송으로 몰려가 '퇴학', '나락'을 외치거나 악플을 날리는 모습은 문화가 될 수 없었다.
둘째, 스타 대학교는 결국 우물 안 개구리였다.
대학이 10여 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대학교에서만 시청자가 순환했다.
연결되지 않은 타 대학에는 시청자가 연결되지 않으면서 잘되는 곳만 잘되고 안되는 곳은 안됐다.
결국 네임벨류와 화제성에서 밀리는 대학교는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접게 됐다.
스타 대학교 콘텐츠가 아프리카TV 내에서는 최고 시청자를 계속 냈지만 타 플랫폼에서는 아니었다.
콘텐츠의 유행은 결국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 같은 세컨더리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다.
콘텐츠가 이어지는 동안 외부 시청자 유입은 부족한데 답답한 상황이 연속되며 하락세만 진행됐다.
셋째, 스타 대학교라는 이름에 맞는 시스템이 없었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리시즌, 배틀그라운드의 쇠락의 대안으로 나온 콘텐츠인 만큼 준비된 것이 없었다.
대학의 시스템이나 대학의 문화, 밈, 트렌드 등을 반영했다면 더 이입되는 콘텐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 대학교에서 진행된 콘텐츠들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한다면 대학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대학교의 이름을 붙였다면 무늬라도 대학교처럼 느껴지도록 해야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일부 대학의 해체와 BJ들의 포기로 이어지게 된다.
부족한 콘텐츠 파급력과 경기력, 악플 등 여러 이유로 정신적 피해를 보는 BJ들의 포기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모 BJ의 경솔한 발언, 시청자와의 갈등 등의 논란과 부작용이 양산되며 관심도가 떨어지게 되었다.
우리의 삶을 관통했던 트렌드의 공통적인 특징은 '1개월이면 끝난다'이다.
DP, 오징어게임과 같은 OTT 기반 콘텐츠도, '나락 밈', '무야호' 등 온라인 밈도 그 자리를 1개월 정도 유지했다.
1개월을 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콘텐츠가 유행하고 기존 트렌드는 하락세에 접어들게 된다.
이에 1개월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시스템과 파급력으로 새로운 트렌드의 진입 장벽을 만들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튜브 등 모든 뉴미디어 타겟 트렌드는 1개월 이내에 종결을 목표로 설계할 수 있어야한다.
스타 대학교는 2개월 끝에 하락세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곧 또 다른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미디어 트렌드는 바뀐다. 어느 곳에서 새로운 밈이 나오고 문화가 나타날 지 예측할 수 없다.
글|Ste.v :스티브이
작성일|2022-01-31,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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