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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스라이프 Jul 02. 2020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지만 도구는 불완전하다

#독성물질 #환경호르몬 #도구 #병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도구는 인간을 발전시켰다.
도구는 인간을 병들게 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우리는 도구를 사용한다.
간단한 밥 먹기부터 복잡한 일까지 언제나 우리는 도구를 사용한다.
이 도구들은 지구에서 온 것도 있지만 인간이 새롭게 만들어낸 도구도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는 편리함으로 무장하고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뉴스에서 가습기 살균제, 새집증후군, 유해한 장난감 등 여러 가지의 보도를 접하고 환경호르몬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뉴스를 봄) 뭐가 나쁘다는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검색해서 찾아봐야지.
->(시간이 지남) 머 한번 가지고 몸에 문제가 생기겠어, 일단 그냥 쓰자
->(기억을 못 함) 씀
환경호르몬의 인지 테크트리는 이렇다.

환경호르몬은 당장에 나타나는 문제가 없다.
랜덤박스처럼 언제, 어떻게 발현이 될지 예상할 수 없다.
특히 나만 문제가 생기면 되는데 내 귀한 자식까지 랜덤박스 선물을 주게 된다.
이것이 환경호르몬이자 독성물질이다.

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일 수 도 있다.
비염이 있어서 가습기를 꼭 사용하는데 하필 그 제품을 사용했다.
신제품이라 행사도 많이 했었고 가습기를 청소하는데 불편함이 있어서 편리하고자 구매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몸이 아팠다.
두통이 며칠이나 이어졌고 기침과 숨이 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운이 좋다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몸이 아파서 계속 틀던 가습기가 고장 났다.
돈이 없던 가난한 대학생이던 나는 가습기를 포기하고 젖은 수건을 선택했다.
그 이후로 몸이 아프지 않았다.
반년 정도 지나니 뉴스에서 내가 사용하던 그 가습기 살균제가 나왔다.
뉴스를 보고도 그 살균제 때문에 내가 아팠구나라고 생각도 못했다.
사망하신 피해자를 보고 내가 잠깐 아픈 건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맞다.
어쩌면 그때의 대미지가 나의 몸에 그대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이건 정말 알 수 없다.
그래서 무섭다.

오늘도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내일도 모레도 출시될 것이다.
최근엔 도구의 재료가 되는 독성물질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꽤 있다.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정보가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다시는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아니다.
거의 성질이 비슷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재등장한다.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들면 슬그머니 그대로 다시 나오기도 한다)
이름이 바뀐 그것을 재조사(연구)하려면 또 많은 시간이 흐른다.(다시 피해자들이 생긴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사회는 돌아가고 있다.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나는 환경보호, 동물보호에 관심이 크다.
어디 바닷가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모여있고 독성물질로 동물의 보금자리가 사라지거나 멸종하는 뉴스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뉴스를 보는 그 순간에는 환경보호를 실천해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를 사용했다.
텀블러는 대부분 발암물질(독성물질)인 납을 사용하여 만든다.
이미 뉴스를 통해 시중에 판매하는 텀블러에서 납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두 가지 선택지 모두 환경도 나쁘게 하고 몸도 나쁘게 한다.
이쯤 되면 포기하고 이러다 죽겠지, 오늘 하나 버린다고 환경이 어떻게 되겠냐 라는 생각으로 살아야 될까?

선택을 해야 된다.
선택하지 않으면 그냥 사는 데로 살게 된다.
사는 데로 사는 피해는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현실적으로 독성물질로 만든 도구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지구로부터 얻은 자연 도구를 만들 수도 가질 수도 없는 현실이다.
선택을 했다.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잡히지 않는 꿈은 접고 나를 보호하기로 했다.
불편함과 편리함, 그 중간 어디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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