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에 부정적 정서가 덧씌워질 때
우리는 많은 편견 속에서 살아갑니다. 지역, 세대, 성별, 인종, 장애여부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사람 세 명만 모여도 두 그룹으로 갈린다는데, 그렇게 따지면 셀 수 없는 내집단과 외집단이 생기고 반대되는 집단에 대해 경계심과 불신을 갖습니다. 편견은 ‘고정관념’에서 비롯되는데 이러한 고정관념들은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 ‘젊은 세대는 xx고 나이 든 세대는 oo다’처럼 일종의 당위성을 띄는 생각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고정관념은 때로는 머릿속에서 내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의식하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스치고 지나갈 때도 많아서 본인이 특정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 때도 많습니다.
‘고정관념’은 일종의 학습의 결과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 주위 사람, 또래 집단, 각종 매스미디어 등 다양한 출처를 통해 학습되고 강화됩니다. 특히 어릴 때는 뇌가 스펀지처럼 각종 자극과 정보를 흡수하기 때문에 여러 출처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자극과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이러한 정보들을 모아 나름의 분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자주 주어진 자극과 정보는 남아 학습의 결과가 됩니다. 그렇기에 ‘고정’ 관념은 한 번 형성되면 바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관념에 정서가 더해지면 편견이 됩니다. 고정관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에 정서가 덧씌워지면 ‘남자는 이래서 좋다/싫다’, 하면서 감정이 움직이게 됩니다. 부정적 정서가 덧씌워질 때는 그래서 조금 더 위험합니다. 지역갈등에서 보면 ‘xx 지역 사람은 oo 하니까 이기적이다(그래서 싫다)’라는 식으로 꼬리표를 붙여버리면 그 지역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꼬리표가 자동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정서는 단순한 인지보다 촉발이 잘 되는데 특히 부정 정서는 더욱 강렬해서(분노, 미움, 시기 등) 차별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회사에서도 이러한 편견과 차별행동이 의외로 자주 일어납니다. ‘여자는 감정적이고 예민하니 트러블을 일으키기 쉽다’ 라던지, ‘남자는 섬세하지 못하니 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다’ 라던지, ‘요새 젊은 친구들(소위 말하는 MZ세대…?)은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니 회사 일에 소홀하기 쉽다’ 라던지… 편견의 무서운 점은 개인을 보지 못하고 그 집단을 묶어서 동질하게 보는 데에 있습니다. 여자 중에서도 감정적으로 무던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남자 중에서도 꼼꼼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젊은 세대라도 책임감 있게 일을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들의 개별적 특성이 편견 속에 묻혀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해서 오해와 갈등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될지라도 이미 깊어진 감정의 골을 한순간에 메우기는 어렵습니다.
고정관념은 사실 너무 오래된 학습의 결과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 고정관념에 더 따라붙는 정서 꼬리표를 떼고, 개인의 개성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쉽고 단순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깊고 복잡한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편견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만큼 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많아지고 반대로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또한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