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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Jun 24. 2024

[생각단상 in 회사] 나 부터,  돌봐주기

-최근, 짜증과 화가 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원인이 모두 외부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세상이 나를 억까하듯 모든 최악의 상황들이 하필 지금 이 시기에 몰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드할부 하듯 불행이 나눠서 왔다면 대처하기 편했을 텐데, 왜 일시불처럼 한꺼번에 와서

갚을 생각도 못하게 무력하게 만드나?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며 조금씩 상황을 차분히 보기 시작하면서 모든 걸 다 외부 탓만을 할 수 없다고,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많은 사건은 한 쪽만 100% 과실이 있는 경우가 드물고 쌍방의 책임이 있기 마련입니다. 책임의 경중이나 비율이 다를 뿐, 일방적으로 한 쪽만 잘못한 것이 아니고 때로는 다른 쪽에서 부추기는 촉발요인이 없었으면 안 일어났을 일도 있습니다.


-외부 탓만 하면 처음에는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비난받는 것이 뭐가 그리 두려워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이 비난이라는 것의 실체 또한 모호하고 아리송합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비난 좀 받는 게 뭐가 어때서 자꾸 스스로에게 ‘잘못한 게 없다’고 설득하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자신의 마음이 좀 편해지자고, 계속 자기합리화하며 속이는 것과 크게 다를바 없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너무 바쁘고 여기 저기 에너지 소모가 심했습니다. 제대로 쉬어본지가 까마득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자꾸 일이 더해지고, 타인과 조율해야 할 일들이 생기고,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려고 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기가 쪽 빨리는 기분이 들고 예민해졌습니다. 지금 내 자신의 돌봄이 안 되는 상황이라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상황까지 들여다볼 겨를이 없어서 자꾸 상대방을 상처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상처주고 나면 상대방이 상처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마음이 편치 않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나 자신이 지금 에너지가 고갈되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그 마음을 볼 생각을 못 하고 자꾸 바깥만 보려고 하니 여기를 좀 봐 달라고 하는 아우성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지금이라도 잠깐 멈춰서서, 바로 반응하기 전에 눈을 감고 내가 진정 뭘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한번 더 물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 자신의 돌봄도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돌보려고 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고 기만인 것입니다. 짜증과 화의 근원을 어느 정도 깨달았으니, 이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잠깐의 쉼을 허용하는, 자기돌봄을 실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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