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을까, 왜 만들까, 누가 좋아할까「여기는 일본 애니 월드!」
화장실 휴지보다 만화책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종이를 쓰는 나라, 일본.
조용하고 체계적인 그들은,
어떻게 이런 것들을 만들까? (…)
「여기는 일본 애니 월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다.
아니, 감독의 '일본 애니'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기행문이다.
일본의 충격적인 서브 컬처, 애니메이션, 다시, 저패니메이션.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광적으로 소비될까? 그 원동력은 뭘까?
애니 문외한인 감독이 일본 애니의 거장들을 만나며 그 기원과 원동력을 파헤친다.
첫 행선지의 주인공은 아디 산커,
유명한 비디오 게임 「캐슬바니아」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제작자다.
내가 어릴 때 했던 그 비디오 게임, 캐슬바니아 맞나?
맞다.
아디 산커는 말한다.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사람들이 좋아할 줄 몰랐어"
"난 제임스 본드, 파워레인저 팬 필름을 만들던 일반인이었지. 그런데 칸예 웨스트에게 연락이 오고, 넷플릭스에서 연락이 오더군"
그냥 좋아해서 만들었다고?
뭐, 좋다.
다음 행선지에 있는 인물은 르숀 토머스.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 「캐논 버스터즈」의 제작자다.
일본의 음식들을 좋아한단다.
튀김, 우동, 스시.
아, 나도.
"그냥 좋아하는 것들을 먹듯이, 취향을 섞었어요"
차이나타운에서 불법으로 빌려 본 VHS 비디오 속 애니메이션,
그리고 로드쇼, 어드벤처, 롤플레잉, 파이널 판타지, 성검전설, 재즈, 팝, 교향악이 섞여 캐논 버스터즈가 나왔단다.
여러 음식을 취향대로 골라 잡듯이.
글쎄,
아직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원동력은 잘 모르겠다.
그래!
애니의 기원, 만화로 넘어가 보자.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베테랑,
히라노 토시키다.
지금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판에서 가장 핫한 「격투맨 바키」의 감독이기도 하다.
"만화는 어떻게 애니메이션이 되나요?"
"가장 멋있는 장면을 먼저 만들고, 나머지 살을 붙입니다"
그 질문이 아닌데 (…),
너무 정직한 대답이다.
애니메이션의 기원을 찾는 건 점점 요원해 보인다.
"격투맨 바키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뭔가요?"
"X도 관심 없어!"
격투맨 바키의 감독 맞다.
다들 그냥 만드는 것 같은데,
애니메이션의 기원은 포기하자.
다른 감독들을 만난다.
도쿄의 무법자 삼인방, 기노시타 데쓰야, 키시 세이지, 히가 유지다.
「격투맨 바키」와 더불어 격투 만화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겐간 아슈라」의 감독이다.
언더아머 단속반의 원조격, 「덤벨 몇 킬로까지 들 수 있어?」의 작가 산드로비치 야바코가 원작가다.
"일본 애니메이션?, 완전 수작업이야. 수제 3D 예술이지"
"겐간 아슈라는 모션 캡처를 안 써. 직접 격투가들을 불러서 때리는 걸 보고, 손으로 그리지. 그게 원칙이야"
"모든 프레임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 X나 수작업이지"
"스태프들? X나 힘들어"
"영감은, 영감에 대한 생각을 제일 적게 할 때 떠오르지"
그래,
일단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점잖은 양반들의 생각도 들어봐야겠지.
일본의 만화 재벌 도에이 주식회사, 다시 말하면 프리큐어, 겟타로보, 세인트 세이야, 마징가, 은하철도 999, 소년탐정 김전일, 닥터 슬럼프, 세일러문, 드래곤볼, 슬램덩크, 디지몬, 원피스의 제작사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들을 이어주는 건 뭘까?
그냥, 옆집 할아버지, 만화 캐릭터, 동네 청년일 뿐인데.
도에이 회장 고조에게는 원칙이 있어 보인다.
"전쟁 패배 직후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게 필요했어요. 디즈니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였죠"
"도에이의 대상은 늘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기뻐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벗어나지 말아야 할 원칙입니다"
"우정, 노력, 승리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걸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
어렴풋이 애니메이션이 왜 생겼는지, 어떻게 소비되는지 알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 잘 소비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지.
바로 애니메이션의 OST, 음악이다.
작품의 감동을 한껏 고조시키는 애니메이션의 OST는, 단순한 삽입곡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OST, '잔혹한 천사의 테제'를 부른 타카하시 요코를 만난다.
"처음 멜로디를 들었을 때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수만 번은 부른 것 같아요"
"나라마다 반응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말로 따라 불러요"
"에반게리온 마지막 화를 좋아해요. '소년이여, 신화가 돼라'라는 부분이 심오하게 느껴지곤 해요"
어린이와 음악이라는 소비 코드 보다,
"다 같은 말로 따라 불러요"에 눈이 간다.
아직 만족할 수 없지.
조금 더 깊게 들어가자.
「카모메 식당」,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그리고 「리락쿠마」를 연출한 오기가미 나오코, 그리고 고바야시 마사히토를 만난다.
"리락쿠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인형을 만들고, 삽화와 방을 제작하고 …"
"한 명의 애니메이터가 10초를 찍는 데 하루가 꼬박 걸려요"
"가오루에게 리락쿠마가 필요한 이유는 부드럽고 따듯해서요"
"스톱 모션을 통해 할 수 없는 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절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끌도록이요"
'날 다른 세계로',
'할 수 없는 것도 할 수 있다고',
그래, 이거야.
이번엔 「어그레시브 레츠코」의 감독과 연출, 라레초와 예티를 만난다.
「어그레시브 레츠코」에서 레츠코는 무역 회사 회계부서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직장 내 상사들의 만행을 보면, 퇴근길 노래방에서 데스 메탈 로커(Rocker)로 변신한다.
"친구가 퇴근하고 앓는 소리를 하는데, 데스 메탈처럼 들려서 레츠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레츠코의 주제는 차를 내오는 일에 신물이 났을 때처럼…"
그래, 직장 생활은 신물 나는 법이지.
방법이야 어찌 됐든,
애니메이션은 현실을 다른 세계로, 다른 세계를 현실로 이어준다.
아직 만나야 할 수많은 감독이 있지만,
마지막으로 한 감독만 더 만나보자.
「세븐시즈(7SEEDS)」의 감독 타카하시 유시오다.
"세븐시즈 세계와 우리 세계의 연결 고리?"
"다르지만 비슷하지. 비슷한 일이 일어나니까"
"그들이 처한 상황이 우리랑 비슷해서"
감독들은 말한다.
"시간이 없어"
"쉬고 싶어"
"난 원래 요리사를 하고 싶었어"
"시간이 있으면 자고 싶어"
"잠을 자고 싶어요"
그리고 감독들은 말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하나로 묶고 …"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이 속할 집단이 생긴다는 겁니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는 방식"
"부적응자가 다른 부적응자를 위한 방식"
"어느 학교, 어느 나라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울버린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얘랑 「엑스맨」 얘기를 할 수 있겠다"
"그게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방식이겠죠"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시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원동력이 아니라,
무엇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또 일본 애니메이션이 어떤 사람들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여기는 일본 애니 월드!」다.
ⓒ 사진,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