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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May 26. 2021

일본에서 처음 살았던 기숙사

일본에서 유학생으로 살기





 오늘 비가 왕창 쏟아진대서 어제 혼자 짐 싸고 달달이 리어카에 짐 끌어다가 새로운 기숙사에 이사를 했다. 전에 살던 집은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4층에 살았던 터라 혼자서 무거운 박스 10개 이상을 나르고 옮기고 하느라 팔이랑 허리가 너무 아팠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툭하면 감기에 걸리는 약골에 저질체력인데, 이 낯선 땅엔 도와줄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나 혼자 짐을 날랐더랬다.



짐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다음에는 포장이사 부르고 싶다...




역시 집 나오면 개고생이다.





 타지에서의 외로움 때문인지 혼자서 개고생을 하고 있어서 인지 일본에서의 삶이 불만족스러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으로 마트에서 초밥을 사 먹고 있는데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오늘까지 혼자 짐을 다 옮겨야 하니 그대로 눈물만 쏟고 있을 순 없어서 서둘러 먹고 다시 짐을 옮겼다.




 전에 살았던 기숙사는 정말이지 나에게 있어서 최악의 주거 환경이었다.

내가 너무 곱게 자랐던 탓일까, 반년만에 돌아와 본 내 기숙사 화장실에는 엄지 손가락만 한 바퀴 선생이 있었고 태어나서 그렇게 큰 바퀴를 처음 본 나는 기절할 뻔했다. 그리고 세면대에서는 계속해서 정체를 알기 어려운 애벌레가 기어 나오고 악취가 올라오는 통에 아예 쓸 수가 없어서 양치와 세수를 모두 주방에서 해결했다. 여름만 되면, 탁 트인 형태로 창문이 없는 복도였던 우리 기숙사에는 갖가지 처음 보는 벌레들이 놀러 와 우리 집 문 앞에 버티고 있어서 벌레를 싫어하다 못해 무서워하는 나는 벌레가 무서워서 밖에 나가기가 싫었었다. 일 층까지 이어진 복도 계단에는 날아다니는 바퀴가 전등에 부딪치는 탁탁탁 소리를 내었고 바닥에는 가끔 그들의 시체가 있었고(ㅠㅠㅠ) 계단 벽에는 거기가 그늘이라서 그랬는지 손바닥만 한 나방이 붙어있어서 지나갈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세탁실에는 언제나 벌레가 있어서 세탁기 쓰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1층 로비에는 어찌나 말벌이 잘 들어오던지 여름이 되면 너무나도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되는 기숙사 덕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고 느꼈다. 아.. 돈 많이 벌어야겠다 싶었다.



그 기숙사가 50년은 족히 넘은 아저씨 기숙사였으니.. 생각 없이 들어간 내 잘못도 있지만 정말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오사카역 앞에서 찍은 벚꽃 사진! 이사와는 관련 없지만 너무 우울한 얘기만 한 것 같아 가져온 힐링되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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