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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12. 2020

MBTI를 신뢰할 수 있을까


성격학,


내가 누군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나의 특성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일은 누구나 가질만한 관심사다. 한때는 혈액형 성격학이 신드롬을 일으켰으나 현재 혈액형 성격학의 자리는 MBTI가 차지하고 있다. 혈액형 성격학이 고작 4가지 분류를 보였다면 MBTI의 경우 16가지로 세분화되어 있으므로 신뢰성이 높다. 때문에 매우 각광받는 이론이 되었으며 인터넷 또는 현실에서도 절대적 신뢰를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MBTI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제아무리 세분화되었다고 하지만 고작 16가지로 사람 성격이 나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매우 입체적이고 다양하다. 내가 MBTI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몇 가지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이유는 MBTI는 외향성과 내향성의 공존을 반영하지 못한다. 사람의 성격에는 외향성이 강한 사람과 내향성이 강한 사람이 있지만, 내향적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외향성을 갖는 부분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MBTI의 경우 내향성과 외향성을 절대적 기준으로 나눈 뒤 직관, 사고, 감각 등을 파악하므로 외향성과 내향성의 공존을 반영하지 못한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MBTI 검사가 인터넷에 떠도는 약식 검사에 의존하므로 정확한 검사라 말할 수 없다. 특히 문항 자체가 애매해서 선택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선택지는 <예, 아니오>만이 존재한다. 이 같은 선택지로 사람 성격을 완벽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당신은 현실을 중시하느냐, 이상을 중시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그 둘을 이분법으로 완벽히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을 중시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상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통계의 문제다. 내가 MBTI 검사를 하면 대체로 INTP나 INTJ가 나온다. 이 유형의 성격은 전체 인구의 2~3%만이 존재한다고 한다. 다른 성격 중에서도 이 같은 극소수 유형들이 있다. 극 소수만이 가지는 성격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은 반대로 어떤 성격은 보편성을 갖는다는 의미가 된다. 성격에 보편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통계의 오류를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러한 극소수 유형의 성격도 의외로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통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자료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네 번째는 잔다르크, 과학자, 지도자, 예언가 등 그럴싸한 단어로 좋은 설명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듣기 좋은 설명만 들어있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여기기 쉽다. 예를 들어 성격검사에 부정적 말들이 가득하다면 사람 심리상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말이 가득하기에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 각 성격유형에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특성들이 존재하므로' 바넘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모든 성격검사가 나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기보다 타인과 나의 관계에 선을 긋는 도구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MBTI를 기준으로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또는 연인 관계에 적합한 궁합표가 돌아다니기도 하며 지나치게 절대적 신뢰를 받는다는 점이다. 고작 5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문항 선택지로 성격을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혈액형 성격학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본모습을 알기도 전에 성격유형으로 선을 긋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례는 오히려 올바른 인간관계에 방해가 된다. 또 이러한 성격학이 결국 자기 자신을 가두는 족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러한 성격이라는 그릇된 판단으로 진짜 자기 자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람의 성격은 복잡 오묘하고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보편적 성격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라온 환경의 영향과 선천적 영향 등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너무나 많으므로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또 이러한 성격학이 뇌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되거나 규명되지 않았다.


나는 내향성이 강하지만, 동시에 외향성이 공존한다. INTJ나 INTP에서 말하는 성격과 유사한 면도 있지만 다른 면도 많다. 다른 성격 유형지의 특성이 나와 닮은 부분도 존재한다. 이러한 면들을 종합했을 때 MBTI가 얼마만큼 신뢰성을 가질지 미지수다. 이러한 성격검사는 언제나 나 자신을 파악하는 지표로 사용되기보다 오히려 타인을 평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이 아쉽다.


나는 이러한 성격 유형지는 재미 또는 자신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절대적 신뢰를 갖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이 성격 테스트에 신뢰를 가진다면 인터넷을 통한 약식 검사가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정확한 검사를 받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긴다. 그러나 MBTI의 기원을 찾아본다면 "카를 융"의 이론에 기초하여 개발되었으며 이 이론이 과학적 검증이나 실험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융의 이론은 현대 심리학에서는 배제되는 신뢰할 수 없는 이론이다. 따라서 재미로 이러한 성격검사에 접근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지나친 신뢰는 오히려 나의 본모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방해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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