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내.가.젊 님의 인터뷰를 보고
우리나라는 나이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나라다. 때로는 고작 한 살 차이에 자존심을 걸기도 하고, 나이는 곧 서열이자 권력이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대 후반을 넘어가면 '나도 이제 늙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스스로 늙었다며 가능성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이제는 하루하루가 달라'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내뱉고, 삼십 대가 되면 인생이 완전히 끝난 뒷방 늙은이가 된 듯한 말을 내뱉는다. 스스로 늙은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다. 나이가 가진 서열과 권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늙음으로 대변되며 이제는 늦었다며 스스로의 가능성과 도전정신을 말살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50대 커리 되기>라는 채널을 발견했다. 여기서의 커리는 미국 프로농구 NBA 스타인 "스테판 커리"를 의미한다. 채널의 주인공은 '오.내.가.젊'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50대 직장인이다. 그의 닉네임을 풀어쓰면 "오늘은 내게 남은 가장 젊은 날"이란다. 그는 47세라는 늦은 나이에 농구를 시작했고, 꾸준히 농구를 즐기고 있다. 스테판 커리를 좋아한다며 커리같은 드리블, 커리 같은 슛과 움직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 본 그는 수준급 농구 실력을 보여준다. 드리블 스킬은 농구를 좋아하는 나보다 오히려 더 뛰어날 정도다.
그가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척 특별했다. 어느 날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 60대로 보이는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자 그분은 괜찮다며 대뜸 몇 살이냐고 물어보더란다. 그래서 마흔몇이라고 대답했더니 어르신은 진심으로 "와, 너무 좋겠다."라고 말하더란다. "정말 좋을 때네요." 그 말을 듣고 나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라도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에 농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40대 늦은 나이지만, 60대 어르신이 보기엔 너무나 젊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열아홉이던 어느 날, 고작 스무 살이라는 말이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다. 막 스무 살이 되던 무렵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거대한 강을 넘어온 기분이었다. 그 한 살이 무슨 엄청난 차이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십 대 중반은 까마득하게 남은 줄 알았고, 스무 살인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줄만 알았다. 게다가 삼십 대는 결코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삼십이란 숫자가 가져오는 무게는 어마어마한 것이었고, 그 나이가 되면 이제 아저씨가 되고 진짜 어른이 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 나이에 도달하고 보니 그것도 별것 아니란 걸 깨달았다.
삼십 대 중반이 된 지금은 특별히 나이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나 그 나이에 도달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적은 나이라고 할 수 없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엄청나게 늙었다거나 엄청나게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어른 같은 건 없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이미 적지 않은 나이라며 사회적 관습과 통념 속에서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사회는 도전하라고 말하면서 도전의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사람들 모두가 일정 나이를 넘어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스스로를 늙은이 취급하고 한없이 깎아내린다. 나는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나는 여전히 체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데 "이제 늙었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의아하기만 하다. 왜 나이라는 숫자에 연연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깎아내릴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할 용기도 잃어간다.
"오늘을 즐겨라"라고 하지만, 사실 즐길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직장 생활에 시달리다 보면 어떤 취미를 가져야 할지 알 수 없고, 긴 여유가 주어지면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간다. 뒤늦게 후회할 땐 이미 지나가버린 후다. 직장생활에 치이다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잊고 살기 쉽다. 그러나 오.내.가.젊 님의 인터뷰를 보고 제법 많은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도전하고 후회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젊음이란 게 아닐까.
그렇다. 청춘의 유통기한은 정해진 것이 없다. 유통기한도 단지 시장에 유통되는 시기를 정해놓은 것일 뿐,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탈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의 닉네임이 무척 뜻깊게 느껴진다.
"오늘은 내게 남은 가장 젊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