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5월 말이었다. 그동안 정신없이 잘 지냈다. 특히나 더 정신이 더 없었던 이유는 9월 한 달 방학기간 동안 한국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학교 스케줄이 중간에 조금 변경돼 다른 학생들보다 한주 일찍 기말고사 시험을 봐야 했기에(다행히 교수님이 편의를 봐주셨다) 공부하랴, 한국 갈 준비 하랴 정말 정신이 없었다.
한국에서의 한 달은 정말 행복했다. 가족들하고 친구들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먹고 싶던 음식도 마음껏 먹었다. 그렇지만 내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자 친구들의 반응이 좀 섭섭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나는 한국에서 음대를 나왔고 수학을 잘 못했고 이과랑은 딱히 상관이 없는 애였는데 갑자기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게다가 나이 서른다섯에 외국에서.
내 나이가 우리 반에서 많은 편은 아니다. 놀랍게도 내가 딱 중간정도다. 미국엔 정말 나이에 상관없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데 내가 이 이야기를 하자 한 친구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너 뭐... 노인대학 다녀?"라고 했다. 내가 섭섭한 얼굴로 그렇지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자 바로 사과했지만... 나도 안다. 한국에서는 30살 넘은 새로운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그 사람은 실패자다. 아마 나도 한국에 살았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사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 동생 때문이다. 동생은 지금 한국에 살고 있고 서른인데 공부를 더 하려고 한다. 원래 하던 분야와 연관이 조금은 있지만 살짝 새로운 분야기도 해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나 보다. 어떤 사람은 동생에게 그 나이 들어서도 아직 제대로 자리 못 잡고 공부를 더 하려는 자체가 문제라고 했단다. 고민되는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나이 들어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자기 객관화가 안되어 있는 사람이라느니 질책하는 말들 뿐이라 나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냐고 묻기에, 난 공부 안 하고 지금과 똑같은 삶을 사는 게 더 괴로울 것 같아 그냥 공부하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잘 모르겠다.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 정도고 그중에서 인간의 삶은 길어야 100살, 어차피 찰나인데 20살이나 40살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거다. 사람이 잠자고 일상생활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을 훈련한다고 치면 10,000 시간을 채우기까지 1,250 일이 걸린다. 일 년이 365일이니 약 3년 반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난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만 시간만 해보자.
교수님 말로는 50-60대 사람들도 종종 우리 학교에 와 처음으로 컴퓨터 공부를 해보고 졸업하고 취업도 했다고 한다. 물론 미국에도 바로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을 나와 꾸준히 한 분야의 경력을 쌓아가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 보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삶은 여러 가지 모습이 있고 나는 내 길을 가야지.
아무튼 학교는 여전히 잘 다니고 있다 알리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저번학기와 저저번 학기에는 올 A 학생들에게 주는 President's list 에도 올랐다. 내년 여름이 졸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