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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 이도 Oct 13. 2022

<안개 속의 아이들>

<Children of the Mist>, 2021, 지엠 하 레

*IDFA 2022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디(Di)는 베트남 북부 산악 지대의 13살 소녀로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소수 민족인 몽족(Hmong)에 속한다. 몽족에게는 ‘신부 납치’라는 종종 논란이 되는 전통이 있는데, 설날 축제에서 남성들이 십 대 소녀를 미래의 아내로 납치하는 것이다. 디의 언니 또한 신부 납치를 당했기에 띠와 디의 부모는 디의 신부 납치를 각자의 방법으로 마주한다. 학교에서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배우던 디는 설날 축제에서 친구라 생각하던 이웃 소년 방(Vang)를 진지하지 않은 생각으로 따라간다. 디의 어머니는 신부 납치에 순응해왔지만 막상 디가 없어지자 걱정하며 디에게 연락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줄곧 대화 형식의 인터뷰를 취해오던 감독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디의 전화에 눈물을 보인다. 방의 집에서 디를 데려와야 하지 않냐는 감독의 염려스러운 질문에 디의 아버지는 부모가 관여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내 찾아온 방과 방의 부모와 디, 집에 온 디는 눈물을 흘리며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감독에게 조용히 털어놓는다. 그 사이, 디의 부모와 방의 부모는 조용히 결혼을 위한 협상을 벌인다. 디를 데리고 가려는 방의 가족들과 격렬히 반항하는 디, 끝내 학교로 도망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감독은 바깥세상을 접할 수 있는 전통 민족 아이들을 통해 현대적 가치와 오래된 풍습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인 <안개 속의 아이들>은 감독과 등장인물 간에 깊은 유대 속에 어린 몽족 소녀가 겪는 도전을 담은 감동적인 영화이지만, 무엇보다 강인한 성격을 가진 10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한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2022년도 IDFA(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부문 감독상과 2021년 특별부문 특별언급(Special Mention)에 호명된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각각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다큐멘터리는 때때로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방해하는 대상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이 영화감독은 베트남 시골에서 어린 시절과 성인기, 문화적 전통과 현대에 얽힌 몽족 소녀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고 그녀 자신의 감정적 애착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그 까다로운 균형을 훌륭하게 맞춘다. 주인공들에 대한 세심하고 위엄 있는 대우에, 감독상을 수여한다. 젠더, 민족성, 현대성 같은 주제를 굴하지 않지만 비판적이지 않은 안목으로 다루는 끝없이 공감하는 영화인 <안개 속의 아이들>에 특별 언급을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능한 촬영 감독이기도 한 이 영화의 감독은 자유와 책임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민족지적 초상화와 사회적, 가족 관계에 대한 연구를 둘 다 창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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