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 이도 Oct 13. 2022

<케이의 초상화(Portrait of Kaye)>

벤 리드, 2022, 영국/핀란드, 56min

*Sheffield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2022

*제19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케이의 일상을 섬세하게 기록하는 이 영화는 런던에서 평생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74세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 자체와 그에 수반되는 도덕적 문제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고, 때로는 또 다른 인간의 삶을 연대기로 기록하려는 그의 선택 뒤에 숨겨진 도덕적 추론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고 자유롭게 인정한다. 10년 전 런던의 케이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된 벤 리드 감독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영화광 케이와 공통점을 찾고 케이를 영화의 주제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사진들로 둘러싸인 케이의 집에 벤은 아이폰과 나무의자만 가지고 그녀의 삶에 대한 박물관 투어를 시작한다. 영화 내내 벤에게 ‘벤은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으며 이야기들을 들려주지만 정작 벤이 말하려는 순간에는 말을 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관계부터 전남편 톰이 암으로 죽은 이야기, 아기를 갖는 것이 무서워 잠자리를 갖지 않은 이야기, 최근엔 로렌조라는 연하남에게 빠진 이야기와 같이 사적이면서 진솔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종종 케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농담들 사이에 조용한 슬픔이 스며들기도 한다. 

2022년도 셰필드 영화제 영국 경쟁부문의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삶보다 크지만 크기는 작은 집 안에 들어 있는 매력적인 인물의 이 대담하고 풍부하며 시적인 작은 초상화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섬뜩하게 울려 퍼지는 고립에 대한 연구로, 공감할 수 있고 형식적으로 창의적인 영화이며, 동시에 대단히 재미있지만 매우 우울한 영화입니다. 또한 노화, 성욕, 향수에 관한 무수한 고정관념에 침착하게 도전하고,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백인 노동자 계급의 영국 생활의 간과된 한구석에 새로운 빛을 던집니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사진출처: http://benjaminreed.co.u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