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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Feb 21. 2024

18화. 캥거루족으로 살아남은 꿀팁 알려준다.

이 정도는 매너 혹은... 생존법?

지난주에 올렸던 '설 연휴 친척들 잔소리 대처법'에 꽤 많은 분들이 하트를 누르셨더라. 사는 모습이 제각각처럼 보여도 다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친척이야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게 요즘 세태라 그 정도는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캥거루족으로 살며 매일 마주하는 부모님이라면? 말이 좀 달라진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캥거루족이라도 쉐어하우스 마냥 남남처럼 사는 가족도 있다. 그래도 부모님 위신 하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눈치는 보는 게 인지상정. 오늘은 캥거루족의 생존 방식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요.


첫째, '엄마표 잔소리'를 방어하는 법.

어느 집이나 엄마들이 하는 잔소리는 다 거기서 거기다. 방금 집어 먹은 반찬을 앞으로 밀며 "야채 좀 먹어라"하고, 방바닥을 쓸고 나면 "이렇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데 머리가 남아나니?" 하며 공부하다 쉴 타이밍에 핸드폰을 들면 용케 들어와서 "핸드폰 좀 그만 봐!" 한다. 엄마들의 만국공통어로 등재되어도 손색없을 말들이다. 이미 수십 년간 이런 잔소리에 노출된 나 역시 어느 정도 방어하고 어느 정도는 역공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반찬에 관한 것은 내가 아무리 엄마 앞에서 여봐라 하고 백번 집어먹은들 꼭 이 얘기를 한다.(솔직히 이 정도면 뭘 먹는지 딱히 관심 없는 거다) 이럴 땐 포기하거나 먹을 때마다 반찬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면 된다. 머리카락 역시 비슷하지만 최소한 머리를 틀어 올려 묶은 성의를 보이면 별말 안 한다. 마지막으로 핸드폰 보는 건 좋은 역공 소재다. 엄마들도 웬만한 애들만큼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는 요즘 시대에, 엄마가 핸드폰 볼 때마다 옆에서 잔소리하면 엄마도 별말이 없어진다. 하하.


둘째, 모든 건 '부모님 가격'으로 책정한다.

독립가구들도 자라면서 흔히 겪었을 일일 테지만, 비싼 것 혹은 '부모님이 보기에 쓸모없는 것'들을 사는 것은 등짝 스매싱 혹은 의심의 눈초리를 달고 온다. 어차피 내 돈으로 사는 건데 왜 눈치를 봐야 하나 싶지만 사람 사는 게 그게 아닌지라. 나는 '어차피 살 거면 사고 싶은 거, 제대로 된 거 사서 오래 써야지'를 어렸을 때부터 신조로 갖고 있었고, 실제로 오래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물건 소비에 대한 잔소리는 덜한 편이다. 하지만 먹을 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기분 낼 겸 백화점에서 한우를 사 오는 날이면 고기 위에 선명히 붙은 가격표는 떼어버리고 원 가격에서 30%에서 최대 60%까지 깎인 가격을 이야기한다. 엄마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않지만 엄마가 아무리 높게 책정해도 실가격보다 낮을 걸 알기에... 이 정도면 좋은 방어였다.


셋째, 조공은 아니고요 뇌물 정도?

지인들과 약속 혹은 혼자 나들이 삼아 외출을 하는 날이면 부득이하게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이때 맛있는 걸 먹으면 대체로 집에 사들고 들어간다. 밖에서 식사를 하고 다른 곳에 들렀다 오는 일정이면 빵이나 디저트류로 대신하곤 하지만 최대한 빈손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부모님 성향 자체가 원래 먹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먼저 나서서 맛있는 걸 찾으러 다니는 성격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안 먹던 것도 먹어보고 그래야 나도 나중에 더 맛있는 걸 얻어먹을 수 있고...(?) 히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맛있는 걸 먹으면 가족들을 위해 포장하는 걸 보고 다들 '사랑꾼'이라고 이야기하던데 이 정도면 나도 사랑꾼 아닌가요. 검은 속내는 모른 척해주시고요.


이 외에도 수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두드러지는 특징 위주로 꼽다 보니 위 세 개를 꼽았다. 결코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위안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흑흑. 꿀팁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부모님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고 내가 행복해야 부모님도 행복하니, 서로 행복한 캥거루 생활을 해보자고요. 캥거루족 오늘도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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