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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Aug 07. 2020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위해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약 100년 전, 1929년에 쓰인 페미니스트의 고전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씌어 두서가 없고 난해해서 인내심이 필요하다.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지만 중반쯤부터는 앞장을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잘 읽혔고 중간중간 매료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약 100년 전에 태어난 이 여성 작가는 앞으로 100년 후에는 여성들이 얼마나 성의 불평등 문제 제기를 할 것이며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와 위상까지 예견했다. 시대를 꿰뚫고 앞날을 예상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재정적 독립은 크게 동감한다.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독립된 방과 돈(당시 1년에 500파운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소재를 이렇게 세련되게 쓸 수 있는 작가가 대단해 보인다. 독립된 방과 돈은 의식주를 해결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상징한다.


당시 영국 사교계에서 문학에 심취한 여성을 향해 블루 스타킹(blue stocking)이라 부르며 거북함을 드러내고 조롱을 일삼았다. 여성의 글쓰기란 당시 말할 권리 아니었을까. 1866년에 영국에 여성들을 위한 대학이 두 개가 생겼고 1880년대 이후에는 기혼여성이 자기 재산을 갖는 게 법적으로 허용했다고 한다.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1919년.



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비극적인 최후로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다. '비극적 작가'로만 표명되는 것 같아서이다. 나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 진보 지식인'이었고 남성 중심 사회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산 한 여성작가로 표명되었으면 한다.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위해.. 여성들이여, 펜을 드세요. 글을 쓰세요. 고정적인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지세요'

(가슴에 콕 박히는 문장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거나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을 쓰라고 당부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기 충분한 여러분 수중의 돈을 마련해서 세계의 미래나 과거를 깊이 응시하시기를, 책을 읽으며 몽상에 잠기고 길모퉁이를 어슬렁거리고 사색의 낚싯줄이 강물 깊이 드리워지게 하길 바랍니다.' (172쪽)


사색을 낚시에 비유하는 글은 나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준다. 낚시하는 과정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조금씩 힘겨루기를 하며 조심스럽게 물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 쏜살같이 헤엄치며 수면 아래로 왔다 갔다 하는 생각의 덩어리. 그 생각의 덩어리가 작을 때도 있지만 만약에 큰 생각이라면 사색의 낚싯줄을 또 강물 깊이 드리울 것 같다.



10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통념들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목소리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추천>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사색의 낚싯줄을 수면 깊이 내리고 싶을 때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글도 괜찮다면


(블로그의 독후감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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