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많은 논란이 되었었던 영화, <82년생 김지영>. 페미니 메갈이니 하면서 많이 시끄러웠었다. 나는 영화를 보며 공감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드디어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100만 부를 돌파한 밀리언 셀러. 현재 30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될만한 책이라고 본다. 40대인 저도 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의 파편들이 저의 과거와 충분히 공감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여자로서 살아온 어려웠던 순간들이 시간순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해서 더욱 좋았다.
평범하게 살아오던 주부 서른네 살 김지영 씨는 어느 날부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친정아버지, 친정어머니, 남편의 옛 여자 친구로 빙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아마 과거에 잠재되어있던 억압, 불안, 차별의 무의식이 병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사례가 있을까 궁금했던 장면이다.
김지영 씨의 어머니가 살아왔던 삶을 이야기할 때는 가슴이 저며오듯 아팠고 김지영의 태어나서 13살까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많은 부분 공감을 했다. 어머니는 김지영의 삼촌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교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 접고 공장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부분이 특히 가슴을 저몄다.
남아선호 사상을 이야기하지 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져서 글쓰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염려가 된다.
하지만 '나도 그랬었지~', '그때는 그랬었지'라고 기억을 더듬어 본다. 주인공은 국민학교 3학년 때 급식을 먹기 시작했다. 1번부터 30번까지는 남자, 31번부터 49번까지는 여자. 급식 먹는 순서는 1번부터, 즉 남자부터 먹었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의 국민학교 시절도 반장은 남자, 부반장은 여자, 체육부장은 남자, 미화부장은 여자로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없었다. 여학생은 '가정'을 배웠고 남학생은 '기술'이란 과목을 배웠다.. 여학생들이 체육시간에 했던 그룹 활동은 '축구'가 아닌 '피구'였다. 생각해 보면 피구는 상당히 이상한 게임이다. 사각형 모양의 선을 그려놓고 그 안에서 공을 피하다가 맞으면 패하는 것. 다들 그렇게 하니 의례 그런 줄 알았다.
자매는 할머니와 방을 같이 쓰고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남동생은 방을 혼자 써야 한다는 부분. 첫 손님으로 여자를 택시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는 것. 몇 번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이다. 여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규율과 규범 그리고 편견 속에서 억눌려왔던 것은 여자로서 깊은 공감을 한다.
82년생 김지영은 현실을 그대로 담은 소설이고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과 위로가 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남성도 아내와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을듯하다. 나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 한정 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관계 속에 얽혀 있는 30대 여성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면 한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따뜻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로움과 아픔이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의도를 가늠하는 이성, 예리한 주인공의 감정 묘사의 감성을 따라가다 보면 '독서의 경험'이 왜 필요한지 또다시 느낄 수 있다.
이동진 작가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은 한 번 밖에 살지 못합니다. 인생에서의 모든 것은 시연 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딱 한 번 시행하는 연극이다. 간접적인 체험으로 삶의 문제를 예리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추천>
30대 여성의 삶 속으로 잠시 들어가고 싶다면
엄마나 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40대인 나도 가슴이 저미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