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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ul 08. 2024

<저 청소일 하는데요?>

독서일기(2024.07.03. 수)


통장잔고 '5만 원'

핫... 통장잔고가 5만 원인 것을 확인한 날 난 생각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당장 보건소로 달려가 '똥구멍'을 찌르고 '가슴'을 열어젖혔다. 그렇게 보건증을 발급받고 교육청 조리실무자 대체인력 구인란에 등재했다.


처음 학교급식 아르바이트를 간 곳은 다행히 친구가 일하는 학교였다. 친구 덕분에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하루 일과를 마쳤다. 몸은 어마무시하게 고되었지만 몇 바구니(?) 땀 흘린 노동의 대가가 지나간 자리에는 상쾌함이 들어섰다. 8시간 노동의 대가로 받은 99,100원. '나도 돈을 벌었다'는 뿌듯함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내내 행복했다.


그렇게 첫 학교급식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또 일거리가 있을까 걱정하던 차에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가 친구 손가락을 물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천사 같은 강아지! 이모 돈 벌라고 엄마 손가락을 물어주시네> 친구강아지 덕분? 에 3일을 더 일할 수 있었다. 그렇게 3월부터 시작한 급식아르바이트, 6월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일정이 맞는 날은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마무시하게 큰 식기류를 세척하고 1, 2, 3차 배식을 마치고 식탁을 3번 닦고, 홀 청소를 끝내고 나면 온몸에서 '이제 나 좀 그만 쓰라'라고 아우성이다. 아우성치는 몸을 볼 때면, '지금 나는 미래의 몸(=건강)을 담보로 돈을 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몸이 재산이다'는 옛말이 절로 생각났다. 그래서 학교 급식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더 잘 먹고 더 열심히 운동하면서 몸을 돌봤다. 다행이다. 몸이 건강하니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기에 이 또한 감사하다.


몸은 고되지만 학교 급식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어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 몸을 쓰니 생각을 덜하게 되더라.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현장에서 만난 언니들은 한분 한분 열심히 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인격으로 남았다. 그런 언니들을 보고 있으면 고된 삶이지만 못살아 낼 것도 없고 앞으로 다가올 고된 삶도 덩달아 살아질 것 같은 용기가 났다.


땀 흘려 번돈으로 심리상담도 받고, 요셉, 아네스, 테레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물건도 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게 필요한 만큼 벌어서 쓸 수 있으니 참 좋았다. 없으면 안 쓰고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만 벌었으며 살자고 생각하니 삶이 더 감사하고 단조로워진다.


일상에 감사하고 삶이 단조로워진 한편 덜컥 겁이 났다. 감사하고 단조로운 이 삶에 안주하며,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을 접어버릴 것만 같아 두렵고 불안했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너무 내 마음을 옮겨놓은 듯한 일러스트와 글 덕분에 참말로 위안이 되었다.


김예지 작가님은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27살의 젊은 나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청소일을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질문인 '무슨 일 하세요?'가 작가님에겐 얼마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질문이었을까? 나도 그렇다. 누가 나에게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으면 '학생'이라고 해야 할지 '심리상담사'라고 해야 할지 '주부'라고 해야 할지 '무직'이라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작가님은 힘들 때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당시 상담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결국 예지 씨가 필요해서 선택했고 그 필요성을 충분히 채워줬잖아요'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며 꾸역꾸역 그 힘든 시간을 견딘 그녀. '이김'보다는 '견딤'을 선택한 그녀는 자신을 꿈을 이루었고, 여전히 일러스트이면서 청소부다.


나도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지금에 안주해 버릴 같아서 불안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선생님, 저도 상담 공부하면서 8개월을 청소일을 한적 있어요. 그때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하던 전 진심을 다해 푹 빠져서 청소일을 했어요. 선생님도 그렇게 한번 해보는 게 어떠세요?'


'그대가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그대의 온 존재를 바쳐라'_발췌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직 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 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길을 걸어갈지 없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일에 존재를 바친다면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있을 것이다.


감사랑합니다.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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