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마워숲 Jun 23. 2022

공유경제를 이용한 장비 빨 육아

돈 안 들이고 장비 빨 육아


서울시의 따릉이를 비롯해 카카오 바이크, 씽씽이, 쏘카처럼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는 '공유경제'는 이제는 너무 흔해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공유경제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다. 당시에 내가 아는 공유경제는 공유 오피스나, 렌터카 정도였다.



아이 출산 시기 즈음, 우리 부부는 12평짜리 작은 집에 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집이 아이의 물건으로 채워지면  좁아지겠다 싶어 미니멀 라이프 책을 대여섯 권씩 읽으면서 짐을 줄여나갔다. 겨우 숨통 트이게 만들어 놓은  자그마한 집이 다시 아이의 육아용품들로 채워진다고 생각하니 갑갑함이 몰려왔다. 이제부터 되도록 살림은 늘리지 말리라! 결심했다.  필요한 물건인지 몇 번이고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노라 다짐했다.  신생아 시기에 필요한 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없이 지낼 수는 없는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사용기간이 짧아 얼마   것들이라  지구에 쓰레기들을 더하게 되는 일에 돈을 쓰자니 마음이 불편했다. 다행히 주변에 이미 출산을  가족과 지인들이 많아서 적극  물려받기로 했다. 아기침대와 국민 모빌, 범보 의자는 남동생네가 쓰던 것을 물려받았고, 아기띠는 친구에게 빌렸다가  쓰고 다시 다른 친구에게 빌려주고 다시 처음의 주인인 친구의 동생에게로 갔다. 모유수유를 했기에 필요했던 유축기는  회사 동료 언니에게 빌렸다. 무려 분당에서 대전까지 가서 남편이 만든 나무도마를 선물로 드리고 받아왔었. 이때 빌린 건 나보다 늦게 출산한 친구들에게도 한 번씩 빌려주기도 했다. 분유를 먹이지 않았고 바로 수유를 했기에 젖병은 조리원에서 받은  하나와 내가 추가로 구매한  하나로 충분했다. 당연히 요즘 많이들 쓰는 분유조제기도 필요 없었다. 욕실이 좁았기에 아기 욕조는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구매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필요한 것들은 확보가 됐다. 아이가 누워 지내는 시기가 지나고, 뒤집고 기고 앉게 되자 아이와 놀아줄 '뭔가' 필요성과, 보행기 같은 육아 보조용품이나 아이가 잠깐이라도 혼자서 뭔가 조작하며 시간을 보낼  있는 놀잇감이 있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그때의 힘듦이 지금은 잘 기억 안 나지만 손목도 많이 아팠고 어깨, 허리도 아팠다.  '육아는 장비 빨'이라는데 내가 기댈  있는 장비는 모빌과 바스락 소리가 나는 헝겊책과 인형뿐이었다. 그러던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장난감 도서관'이라는 장난감을 대여할  있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차로 10~15 거리에 3~4곳이 있었다. 신청을 해서 자격이 주어지면 연회비 1만 원만 내면 1  2주에 한번 장난감을 대여할  있는 방식이었다. 일단 신청을 해보자 싶어서 신청을 했는데 처음 신청이라 1순위 요건에 맞아서 자격이 주어졌다.  아이를 데리고   장난감 도서관은 영유아를 데리고   있는 놀이공간도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1년 동안 장난감 도서관을 부지런히 이용했다. 아이가 7개월쯤 되는 시기부터 이용을 했는데 누워서 손으로 만지며 노는 말랑한 소근육 발달을 위한 놀잇감부터, 자석 블록, 핸드폰 장난감, 공구놀이, 자동차, 비행기 등 아이의 개월령에 맞는 다양한 장난감을 빌릴 수 있었다. 우리가 이용했던 것은 장난감뿐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베이비 쏘서, 모빌, 보행기 등 사용 시기는 매우 짧지만 하나쯤 있으면 엄마의 육아가 잠시나마 편해지는 아이템과 미끄럼틀같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놀이기구들도 대여를 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이런 물건들은 덩치가 보통이 아닌 것들이라 비용을 떠나 집에 두는 게 부담스러운 아이템이었는데 이렇게 빌려서 사용할 수 있으니 사용기간이 끝난 후 처분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장점이었다. 단지 2주 이용 후 반납을 해야 하는데, 반납 전에 1주일 연장도 가능해서 총 3주 동안 이용할 수 있었고, 반납하면서 용도가 비슷한 다른 물건으로 다시 빌려오면 되기에 크게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 이거 이거 이거는 어딨어?"

아이와 핸드폰 속 옛날 사진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아이는 손으로 아기였던 자기가 타고 있는 쏘서를 가리켰다. 화려하고 신기해 보이는 물건이 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응 그건 시완이가 어릴 때 엄마가 장난감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잠깐 쓴 거라 지금은 집에 없어~"

"엄마 엄마! 이 빨간 차는 뭐야? 나 이거 탔었어?"

"응 그 빨간 차도 잠깐 빌려와서 탔던 건데 너 그 차에 앉아서 간식도 먹고 밥도 먹고 그랬어"




어차피 시기가 지나면 집에서 나갈 물건이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으니 꼭 그 물건을 내 돈으로 사서 집에 계속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 괜히 비싼 돈 주고 사면 나중에 본전 생각에, 아이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는 생각에 처분만 힘들어진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으니 깨끗이 잘 쓰고 잘 반납하면 또 누군가 잘 쓸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이다.






오늘도 놀이터 출근했습니다
내 돈 주고 사기엔 너무 비싼 원목 장난감 가득



육아용품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무료 놀이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아이가 22개월 경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걷기 시작했던 돌 즈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까지는 시에서 운영하는 실내 놀이시설을 자주 이용했다. 어린이집을 다닌 이후에도 토요일은 남편이 일을 했기 때문에 나 혼자 아이를 봐야 해서 토요일이면 지역 내 영유아 실내놀이터로 향했다. 무엇보다 넓고, 아이가 다칠 염려가 없는 곳이라 아이가 그곳에서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놀 때는 눈으로만 아이를 따라다니다 한 번씩 같이 놀아주고 또래 아이들도 있으니 엄마를 덜 찾아서 엄마인 나도 좀 숨 돌릴 수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집에는 없는 미끄럼틀도 있고 볼풀장, 탈 수 있는 자동차, 자전거도 있지, 기차놀이 세트에, 부엌놀이, 악기, 동화책 등 무료로 이용 가능한 키즈카페였다. 가끔 주말에 가면 선생님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책도 읽어주시고, 리본 체조 프로그램이랑 요리수업도 참여한 적 있었다. 파프리카를 플라스틱 칼로 함께 자르기를 해보고, 주먹밥 양념이 된 밥에 파프리카 썬 것을 섞고 파프리카를 컵처럼 이용해 밥을 담아 먹는 시간이었다. 직접 만든 파프리카 밥을 너무나 잘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간단한 요리체험 프로그램도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렇게 지역 내 육아종합지원 센터에서 운영하는 영유아 실내놀이터를 잘 이용했기에 집에 별다른 장난감이 없어도 꽤 잘 지낸 것 같다.






소중한 내 아이에게 제일 좋은 것만, 제일 값진 것만, 최신상의 제품만 쓰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사용했던 것, 조금 낡아도 기능에는 문제없는 것들을 적극 사용한다면, 귀찮아도 그냥 바로 폐기하지 말고, 자원이 순환될 수 있도록 기부나 중고마켓에 판매를 한다면 소중한 내 아이에게 더 깨끗한 자연환경을 줄 수 있다. 물건이라는 것은 만들어질 때도 탄소를 배출하고, 운반될 때, 기능을 다해 폐기될 때 역시 탄소를 배출한다. 공유경제를 십분 활용하면 짧은 시기에 소비되고 버려지는 물건의 양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그만큼 탄소배출 감소에 나와, 내 아이가 한몫 한 셈이다. 요즘은 지역 내 장난감 도서관이 대부분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마다 이런 서비스 제공의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내가 당시에 살던 지역은 지역 내에 10개 이상의 장난감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었던 것에 반해, 최근 이사를 온 지역은 알아보니 시에서 딱 1곳에서만 장난감을 대여할 수 있었다. 한 곳에서만 운영되니 장난감 종류도 많고 규모도 큰 것 같지만 2주에 한 번씩 들러 반납과 대여를 하려면 이왕이면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게 좋은데 지금 집이랑은 30분 거리라는 점이 아쉬웠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난감 도서관을 적극 이용하고, 중고마켓, 이미 출산한 가족이나 지인 찬스를 활용한다면 '육아는 장비 빨'이 돈 없이, 쓰레기 없이 가능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패키징이 겨우 천연고무줄 하나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