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드리고, 커피를 드리고, 물을 드리고, 이불을 덮어줄 때마다 엄마는 말한다. '고마워유'
엄마는 생각의 거름 없이 그때 그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1시간마다 같은 질문을 하고, 밥 먹고 1시간 후에 밥을 또 달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원할 때 세상 불쌍한 표정을 짓고 달라하고, 조금 늦어지면 삐친다. 생각하지 않고, 욕구대로, 감정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가끔 생각한 적이 있다. 엄마는 늘 바빴고, 자녀들을 안아준 적도 별로 없고, 아들을 주로 사랑했다. 그런데 우리 네 남매는 나름 잘 자랐고 사이가 좋은 편이다. 가장 찬밥이었던 셋째 딸인 나도 스크래치는 있었지만 크게 심리적 외상없이 컸다. 상담공부를 할수록 의아했다. '애착을 잘 형성해주지 못했을 것 같은 엄마인데 왜 우리는 나름 괜찮게 자랐을까?
딸을 낳았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참 무뚝뚝한 사람이었는데, 엄마는 딸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걸고 있었다. 바로 태어나,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아이에게 '아이고, 배가 고팠어요?', '아이고 찝찝해서 울었구나!', '와.. 이제 기분이 좋으시군요' 엄마는 공감의 감동을 느낄 수도 없는 아이의 마음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었다.
엄마의 '고마워유'를 보면서 문득 깨닫는다. 엄마는 마음에 닿는 사람이다. 엄마는 마음을 읽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을 읽는다. 엄마는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한다. 엄마는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엄마의 앉아줌을 몰라 우리를 안아주지 못했지만 엄마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