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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아 Feb 08. 2022

공개되는 글과 일기의 차이점은 뭘까?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2021 마이 블로그 리포트]를 통해 2021년 나의 블로그 스타일을 알아봤다. 결과는 '할말짱많 프로소통러'였다. 한 해동안 작성한 글은 325개로 거의 매일 블로그를 작성했다. 그러나 99.9%가 비공개 글이다. 처음 블로그에 기록을 시작한 것은 일기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당연히 비공개로 글을 작성했고, 현재 쌓인 글이 2,500개가 넘는다.


공개하는 글을 써보자고 시도한 것은 2년 전이었다. 글쓰기 모임을 통해 출간 기획서도 작성해보고,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됐지만 그 뒤로는 글을 별로 쓰지 않았다. 가끔씩 브런치에서 '작가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알림을 받을 때마다 뜨끔했다. 숙제 안 해서 선생님께 혼나는 기분인지 아니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에 찔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왜 나는 일기 쓰는 것은 그토록 좋아하면서 공개되는 글은 쓰기 싫어할까?


공개되는 글은 평가받는다는 생각에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일기는 혼자서만 보는 것이니 생각나는 대로 써도 되고, 오타가 나도 되고, 말이 안 돼도 된다. 그런데 누군가 본다고 생각하면 오타는 없는지, 말이 모순되지는 않는지 무엇보다 이게 공개될만한 글인가 생각하게 된다. 사실 구독자 수도 얼마 없고, 보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평가받을 일도 없는데 이런 생각하는 나도 내가 웃기다. 소심함 때문인지 자꾸만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읽는 사람이 많고 좋은 평가까지 받는다면 오히려 이런 고민을 안 하고 신나서 쓸 수도 있으려나. 그건 경험해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한 가지 더 꼽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로 느끼는 바가 많고, 그것을 일기로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공개를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지극히 사적인 얘기들, 그리고 나와 관계된 사람들을 통해 느끼는 것들이 많다 보니 어디까지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나열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라는 것을 말한다고 해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 이야기를 재밌게 잘 표현하는 사람들에 비해 나는 들어주는 편이고, 들은 것도 잘 기억을 못 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재밌고 디테일하게 전달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살면서 가장 오래 지속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일기 쓰기'다.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로 고민이 많던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썼다. 힘들 때는 기분이 어떤지, 무엇이 힘들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을지 고민했고, 행복한 일이 있을 때도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기록했다. 누가 시키지 않고, 어떤 보상이 없어도 유일하게 오래 지속한 일이 일기 쓰기다. 앞으로도 나는 일기를 쓰겠지만 문득 그냥 날 것 그대로의 일기를 공개하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물론 평소 쓰던 대로 쓰면 무슨 말인지 모를 테니 조금은 정제된 상태로 써야 할 것 같다. 이러고 더 이상 글을 안 쓸지도 모르지만 오늘의 생각은 그랬다. 내일의 일기는 또 어떠할지 나도 모른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일기를 쓰면 좋겠다. 일기는 언제, 어디서든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베스트 프랜드다. 그런 친구를 꼭 가져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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