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풋내기 시절 일어난 사고 이야기다. 실장님께서 컴퓨터 활용 실무, 기획서 작성 업무를 내게 지시하셨다. “윈도우 열어!”하면 창문을 여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그 당시 컴퓨터는 내게 부러진 날개였다(대학교 때 잠깐 배웠지만 전혀 기억 속에 저장된 바가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사의 지시니 따를 수밖에. 톡!톡!톡! 독수리 타법으로 겨우 컴퓨터 작업을 마쳤다. 그런데 순간 모든 게 사라졌다. 으악! 사고. 실수로 뭔가를 잘못 눌렀다. 점심시간이라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컴퓨터는 나에게 부러진 날개였다! 그 이후 컴퓨터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과연 부러진 날갯짓이 나의 미래에 어떤 커다란 폭풍을 일으켰을까?
인생2모작 스토리헌터
인생2모작 헤드헌터로 면접 보는 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웬걸 칸막이에 모두들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이 근무환경이라니. 답답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일이니 일단 해보기로 했다. 나의 실패 작, 장롱 운전면허처럼 방치할 순 없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직업상담사2급. 어떻게 얻은 자격증인데 이를 악 물고 버텨 보기로 했다.
아날로그 감성,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따듯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차 마시고, 혼자 동네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디지털 세상은 너무 차가웠다. 이미 컴퓨터 활용 교육도 수료한 나였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이 약점이란 걸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 어떻게 이 업무 시스템, 디지털 기술을 배워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도시락(樂) 토크
초보자, 모든 게 어설펐다. 개인 정보를 다룰 때 주의사항, 복사기로 팩스를 보낼 때도 개인별 비밀번호 입력 등. 내겐 코치가 필요했다. 친절한 동료를 찾아 조심스레 다가갔다.
도시락(樂) 토크,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처음 회사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일할 때 어려웠던 점 등. 대화를 통해 간단한 회사 업무 시스템과 주변 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자연스레 배웠다. 나도 동료들에게 옷 잘 고르는 법, 화성에서 온 남편이나 금성에서 온 아내, 이상한 별에서 온 사춘기 아들과 대화하는 방법 등을 전수해주었다. 도시락 토크는 우리들에게 즐거운 인생상담소였다.
때론 누구한테 물어보기 애매한 일도 생겼다. 아니 뭘 물어야 할지도 몰랐다. 혼자서 터득해야했다. 다행히 직업상담사 과정을 통해 업종별 하는 일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모르면 배우면 되지!’ 회사 안에서는 동료들에게 업종별 포지션(직무) 관련 핵심 키워드 찾기 등 비즈니스를, 집에서는 디지털 원주민 아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소통 기술을 배웠다. 또한 주말마다 도서관으로 향했다. 거래하고 있는 업종, 기업의 특성과 해당 직무를 분석하며 연구를 했다. 디지털 신세계에 대해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도구, 새로운 포지션이 나올 때마다 두려웠지만 두근두근 즐거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과거 패션기획, R&D(Research & Development)로 숨겨진 나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이 인생을 되찾는 기분이었다. 오! 다시 일하는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과거 나의 최애이자 부러진 날개 2G폰(좌) 온·오프라인 인생꽃을 넘나드는 오드리 노랑나비 스마트폰(우)
스토리텔링 석세스
“정말 축하해요. 그간 맘고생 많았어요!” 혹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이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회사 대표는 일 년 만에 겨우 한 건을 성공시킨 내게 격려의 악수를 해주었다. 비록 아주 작은 성공이었지만 맘고생 열매의 맛은 달콤했다.
석세스(우리 업계에서 부르는 성공의 이름이다)! 화학기업 담당인 동료(나의 코치)와 협업하여 이뤄낸 위대한 성과였다. 화학기업 지식은 초짜였던 내겐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것이 작은 경험을 쌓아 성취감을 느꼈던 오드리 스토리텔링 석세스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혼자 고민만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 어떻게? 도시락(樂) 토크, 일상의 맛있는 이야기로 새로운 도전 문제를 해결했던 나, 스토리헌터처럼!
오드리의 인생화담 북큐레이션
도전하고 실수하고 배우면서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책. 심예진 작가의 인생그림책『자란다』를 소개하고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열여섯 아이들의 두근두근 성장 일기. 이 중에 겨울 장면이 좋다. 도전 ‘운동을 좋아하지만 스키는 어쩐지 겁이 났다. (…)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이 기분! 할 줄 아는 운동이 하나 더 늘었다.’ (예스24 북카드에 쓰인 내용)
부러진 날개에 날개를 달아주는 IT책 이지훈 작가의『퇴근이 1시간 빨라지는 초간단 파워포인트』 훅 들어온 일을 쓱 해결하는 마법의 PPT 디자인 레시피50. 이지훈 작가는 파워포인트 전문가로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접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룰루랄라 오드리쌤, 맛있는 책놀이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마침내 부러진 날갯짓(2G폰)은 온·오프라인 인생꽃을 넘나드는 오드리 노랑나비(스마트폰)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