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되다
9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앞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손에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하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중단하라!",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인천지역의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 29개의 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여는 발언은 양승조 인천지역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시민사회를 대표해서 진행했다.
양승조 대표는 "촛불 정부라고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의 말에 귀를 닫고 있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최소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노동자가 절실히 요구하는 노동조합법이 만들어지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노동게를 대표해 이인화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본부장 후보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징수법,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여러 가지 법 개정을 의결했는데, 노동자들이 반대했던 내용들은 담기고,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노조 할 권리는 빠져 있다"며 "노조가 없는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휴일 수당도 받지 못하고 과로로 죽어 나가는 세상이 되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이시간에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본부장 후보는 "ILO 핵심협약 87조와 98는 '모든 노동자는 스스로 단결할 권리가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스스로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인데, ILO 핵심협약을 핑계로 법을 바꾸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만큼 악법을 부수겠다"고 밝혔다.
정당을 대표해서는 정의당 인천시당 문영미 위원장이 발언을 이어갔다.
문영미 위원장은 "10일은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작업 도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김용균씨가 세상을 떠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라며,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1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취합한 결과 모두 72명의 노동자가 '끼임사'로 사망했고, 끼임사 64건 중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지난 11월 19일 남동공단 화장품제조업체에서 화재로 노동자 3명이 숨지고 소방관 4명 등 9명 다친 사고가 있었고, 같은 달 28일 영흥화력발전소에서 화물노동자가 사망하면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매해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이곳 인천은 중대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가 64.7%나 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끝으로 기자회견문 낭독은 김성태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가 진행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어제와 오늘 새벽까지 전체회의를 통해 특수근로종사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근로기준법과 ILO협약 비준 관련 3법(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까지 처리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정부의 요구가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6개월'로 연장되었고,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도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되, 노사자율로 한다', '해고자, 퇴직자의 대의원 및 임원 출마를 제한' 등 노조법을 개정하였다. 이는 국제기준(ILO)에 맞는 제대로 된 노조법을 개정하라는 노동계의 취지를 묵살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ILO 핵심협약은 조건 없이 비준해야 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우리나라가 낮은 노조 조직률과 낮은 단체협약적용률, 노조통제와 노조파괴가 일상화된 노동 후진국에서 벗어나 노동권에 관한 '일반국가'로서 규범을 적용하겠다는 약속이다. ILO협약의 기본은 결사의 자유 보장, 단체교섭권 보장인데, 지금 처리하고자 하는 안은 제대로 된 ILO협약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ILO권고에도 불구하고 30년 동안이나 미루어왔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조법 개악 없이 본회의 전에 수정되어 처리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한다.
과로사 위협, 헐값 장시간 노동 부추기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중단하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최정상급 장시간 노동국가다. 대통령 임기 이내 1800시간대 진입을 공약했지만, 지난해 연평균 노동시간은 1,957시간을 기록했다. 이것도 모자라 국회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과로 노동에 경제적 빗장까지 풀어버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지난 7월까지 뇌심혈관질환 업무상 질병자 1,400여명 중 만성 과로로 볼 수 있는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한 비율은 40%, 52시간 초과 60시간 이하는 32%에 이른다. 주 52시간을 도입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것은 코로나를 핑계로 장기간 노동을 고착시키고, 이로 인한 과로사를 묵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일에 더는 미룰 수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지난 11월 인천에서 두건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9일 남동공단의 화장품공장에서 화재폭발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8일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는 화물노동자가 안전조치와 보호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물노동자의 몫이 아닌 상하차 업무를 하다가 떨어져 사망했다.
내일 12월 10일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2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더 이상 일하다가 죽지 않는 나라가 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농성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한 이유는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이고,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면서 재해를 단순 실수로 여기며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약한 처벌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고 중대재해를 방치하는 기업에 책임을 묻는 법이다.
정기국회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들을 속전속결로 단독 처리했으나, 사람의 목숨이 달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절차를 핑계로 법사위에서 논의안건으로조차 올라가지 못했다.
도대체 언제 처리할 것인가. '기다려라, 기다려라'하는 사이에 어제도 오늘도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고들이 멈추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목숨만큼 위중한 현안은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일에 더는 지체할 수 없다. 임시국회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노조법 또한 국제기준에 맞게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묵살하게 연대하여 강력히 투쟁할 것임을 경고한다.
2020. 10. 9
인천지역연대
민주노총인천본부, 건설노조경인본부, 공공운수노조인천본부, 공무원노조인천본부, 금속노조인천지부, 보건의료노조인부천본부, 서비스연맹인천본부, 전교조인천지부, 한국지엠지부, 남동희망공간, 노동자교육기관, 노동자연대인천지회, 노후희망유니온인천본부, 민주평화초심연대, 사)인천민예총,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사회진보연대인천지부, 서구민중의집, 인천사람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전국여성노조인천지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인천학부모회,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 노동당인천시당, 녹색당인천시당, 사회변혁노동자당인천시당, 정의당인천시당, 진보당인천시당 (29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