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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잇 선 Oct 12. 2021

오징어 게임과 넷플릭스, 그리고 CGV

거의 한 달 가까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K-콘텐츠가 있습니다. 꽤 많은 곳에서 지겹도록 들리는 주제지만, '일상 속 기업 이야기'를 꾸준히 쓰기로 한 저 역시 이 이야기를 논하지 않을 수 없네요.


넷플릭스가 영업 중인 전세계 83개국 모든 곳에서 1위에 오른 최초의 드라마. BTS, 손흥민, 블랙핑크, 기생충에 이어 한국인들을 국뽕에 차오르도록 만든 드라마. 네, 오징어 게임입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효과로 수개월만에 다시 가입자 순증 효과를 보고 있다 합니다. 최근에는 흘러내리기만 하던 주가가 반등했죠.  저는 이 사태(?)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을 한 기업이 떠올랐습니다. CJ CGV입니다.


넷플릭스의 확장, CGV의 퇴장과 맞물려 있을까.


CJ의 콘텐츠 사업은 2010년대까지 플랫폼 키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안방(tvN)과 현장(CGV)에서의 강력한 사업장이 기반이었죠. 여러 콘텐츠 중 우수한 것들을 골라 공급하는데 주력하면 됐습니다. CJ는 제작자들을 줄 세울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서 있었죠.


그런데 글로벌 OTT(Over The Top)가 이 관행을 빠르게 바꿔 놓고 말았습니다. 한정된 시장에서만 놀았던 국내 콘텐츠들이 OTT를 등에 업고 날아오르기 시작한 것이죠. 유튜브가 케이팝 스타들을 급성장시켰듯,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를 글로벌로 이끌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도 BTS 같은 메가 히트를 기록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걸 증명한 게 오징어 게임입니다.


안 그래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국내 최대 영화관 CGV는 고심이 깊어졌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지난해 실적이 크게 꺾였고, 이제 빛을 좀 보려나 싶었는데 넷플릭스는 더 거대해지고 있죠. 디즈니 애플 아마존 같은 다른 OTT가 세를 불리고 있는 것도 위협입니다. 이들이 영화와 드라마 시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니 MZ세대들은 과거 젊은 세대보다 영화관을 찾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더 재밌고 다양한 콘텐츠가 내 손안에 있는데, 뭣하러 영화관에 가겠습니까.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거라는 게 보통의 시각입니다.


이제는 국내 영화사들마저 드라마 제작사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OTT로부터 제작비를 받기 위해서죠. 참고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로부터 200억원을 받아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국내 제작사들에겐 엄청난 돈이지만, 콘텐츠에만 한해 수조원을 쏟아붓는 넷플릭스에겐 별 거 아니었을지도요. 오징어 게임 성공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있습니다.


CJ는 콘텐츠 분야에서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영화관 사업을 계속 가져갈 것이냐에는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요. 적어도 과거 20여 년 해왔던 것처럼 극장 수를 확장하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영화와 드라마를 직접 만드는 제작자가 되는데 더 큰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수준 높은 창작자들이 있고, 이들을 품어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기로 한 것이죠. 그 선두에는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있습니다.


실제 스튜디오드래곤은 한해 40편에 가까운 드라마를 만드는 국내 최대 제작사로 거듭나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처음으로 5200억원을 넘겼죠. CGV의 지난해 매출은 약 5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거의 4분의 1 토막이 났는데, 턱밑까지 쫓아온 셈입니다.


토종 OTT '티빙'을 독립시킨 것도 체질 개선 작업의 일환입니다. 티빙은 CJ ENM의 사업부였다가 지난해 별도 법인이 됐죠. 얼마 전 유료 가입자가 180만명을 넘어서면서 작은 가능성을 싹틔웠다는 평가입니다. 최근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매기고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한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CGV의 추락, 넷플릭스의 침공, 오징어 게임의 성공.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 CJ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것, 느껴지시나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변신과 성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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