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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잇 선 Mar 09. 2021

유통가의 데드크로스

②[쿠팡과 롯데]망할 뻔한 기업의 기사회생, 그리고...

업계에선 2019년까지만 해도 쿠팡이 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였다. 재무제표로 기업을 분석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확실히 그랬다. 2018년 한 해 적자는 1조원을 훌쩍 넘었다. 누적 적자는 5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투자사로부터 받았던 자금은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세콰이어 캐피탈, 블랙록,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받았던 투자금은 5조원 정도였다. 조단위 적자가 한번만 더 기록되면 기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큰 투자사였던 소프트뱅크는 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다. 더 이상의 투자 유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최근 들어 확 바뀌고 있다. 2020 적자는 5000억원대로 크게 줄었고, 매출은 전년 대비 두배 가량 뛰었다. 켓배송이라는 배달 혁신이 이뤄지자 소비자 충성도는 더 강력해졌다. 그렇게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쿠팡은 한국에서 수십년 유통공룡으로 군림해 온 기존 강자들을 압도적 기세로 몰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도 앞뒀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새롭게 조달하는 돈의 규모는 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롯데는 쿠팡의 파죽지세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실적이 빠르게 추락하는 중이다. 오프라인 유통가에선 롯데의 폐점이 속출한다. 작년 한해에만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을 합쳐 총 100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이제부터 매장 수백개 폐점이라는 극한의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힘들어진 것이다.

롯데는 이커머스 시장 순위에서도 한참 뒤로 밀려나 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이커머스 앱 '롯데온'은 실패 사업으로 시장각인되어 버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런 흐름을 보면서 나는 신격호 회장 장례식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다. 그날 본 김범석 의장 모습이 오버랩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1년여 전 그날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통 거물이 지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유통가 새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기업가가 있었다.

그는 롯데의 장례식장에서 수많은 언론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었다. 쿠팡과 롯데의 운명 곡선은 그 이후 더 빠르게 데드크로스를 그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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