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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승 Jan 07. 2022

<위쳐 시즌 2> _ 상실을 통한 성장의 이야기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잃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합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 시리즈 <위쳐> 시즌 2를 정주행 했습니다. 2019년에 나온 <위쳐> 시즌 1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고, 또 많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다만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마자는 못 봤습니다. 학기가 끝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래도 학기가 끝나자마자 정주행을 시작해서 얼마 전에 드디어 8화를 모두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시리즈였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기말고사 기간에 공개된 시즌 2...




상실의 이야기


무언가의 <상실>은 어떤 이야기에서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수많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무언가를 "잃는" 경험 후에 각성하게 됩니다. <위쳐>의 이번 시즌은 복잡하게 시간선을 꼬아놓지 않는 대신에, 시즌 1보다 더욱 인물들 개인에게 집중합니다. 특히 예니퍼와 시리를 말이죠. 예니퍼와 시리는 각각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이 상실을 통해 성장하는 두 사람의 움직임이 위쳐 시즌 2의 중요한 이야기의 줄기가 됩니다.

상실을 통한 각성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 오리지널 스파이디


벤거버그의 예니퍼는 곱추에, 장애를 가진 아이였습니다. 엘프와 인간의 쿼터라는 혈통으로 인해 양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그녀는 티사이아에게 고작 염소 값도 안 되는 돈으로 팔려가 마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녀는 그 누구보다 성공과 화려함, 시선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마법사가 된 후, 마법을 이용해 외모를 아름답게 바꿉니다. 그리고 그 외모와 매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부임지를 원하던 곳으로 바꾸죠. 그녀는 마법이 있었기에 꿈꾸던 모든 것을 손에 넣습니다.

그랬던 그녀는 소든에서의 전투로 마법의 근원인 혼돈의 힘을 잃게 됩니다. 이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것입니다. 그녀의 성공의 근원이었던 것을 잃고, 과거의 나약한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마법을 잃게 된 그녀는 마법을 되돌려 주겠다는 악마의 속삭임에 끝까지 저항해보지만, 결국 목숨의 위협 앞에 굴복하고 맙니다. 마법 없이 자신이 얼마나 약하고 미약한 존재인지, 친구 하나 제대로 구해낼 수 없는 존재인지 알게 된 예니퍼는 결국 악마와 거래하고, 시리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찾아 나서죠. 이제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상실된 것을 되찾겠다는 욕망입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변신. 마법은 위대하다.


게롤트의 운명의 아이인 시리는 시즌1부터 꾸준하게 상실을 겪어온, 불행한 소녀입니다. 그녀는 이미 닐프가드 군대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신트라의 왕인 할머니, 보호자였던 궁정마법사 모이스작을 잃었고, 고향인 신트라마저 잃고 떠나야 했습니다.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그녀는 이미 상실의 아픔을 알고 있습니다. 시리는 게롤트와 만나 그의 보호를 받지만 여전히 미성숙하며,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또 다시 누군가를 잃게 될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상실을 겪고, 이를 받아들인 시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주변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대신 힘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자신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며, 위쳐가 되기 위해 풀의 시험을 받으려는 다소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강해지겠다고 무지하게 구르는 시리...


상실에 대처하는 두 사람의 방식에 옳다 그르다는 없습니다. 드라마 역시 이 두 캐릭터가 선과 악으로 규명되어지기를 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니퍼의 경우, 끝까지 악마에게 저항하다 결국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질 지경에 이르러서야 거래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시리의 경우에는 스스로 강해지기를 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소 무모하고 저항적인 시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언뜻 보기엔 옳다 여겨지는 시리에게 역시 마냥 이입할 수는 없게 만듭니다.


하지만…


결국 예니퍼는 게롤트를 속이고 시리와 만나 시리와 함께 악마에게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니퍼는 마법의 재능이 있는 시리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수해주며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집니다. 원래가 선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하던 예니퍼는 마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시리 역시 자신을 괴롭히던 마법의 힘을 제어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용기를 주는 예니퍼를 믿고 따르게 되며 게롤트와는 다른 새로운 보호자로서의 예니퍼를 점차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과 게롤트는 힘을 합쳐 악마를 물리치게 되며 예니퍼는 자신의 마법을 회복하며, 시리는 신트라가 아닌 새로운 의미의 ‘고향’을 받아들이며 각자의 상실을 치유하게 되죠. 이러한 점들을 볼 때, <위쳐 시즌 2>는 상실을 겪은 예니퍼와 시리를 중심으로 한 성장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위쳐의 아쉬운 점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고작 8화 안에 이 모든 이야기를 담기는 버거웠던 걸까요? 이 두 캐릭터보다는 시리를 챙기는 게롤트에게 훨씬 더 이입이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리 저 기집애는 왜 이리 말을 안 듣냐… 라는 식으로요.

마법을 잃은 예니퍼의 모습은 생각보다 처절하거나, 절박하게 표현되지 않습니다. 극 중 예니퍼는 자신의 모든 것인 마법을 잃고, 마법사단에서마저 스스로 등진 채 시리를 찾아 헤매다가도, 시리로 인해 갈등하고 마침내 시리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시리를 찾아 헤매게 만드는 동기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다 보니 그녀에게 몰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쟤는 왜 사서 고생을 하지... 라는 느낌이랄까요.


시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시는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잃지 않기 위해 강해지고자 하는 시리의 모습은 그저 쎄지고 싶다고 징징거리며 게롤트를 걱정시키는 사춘기 소녀로밖에 표현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연출의 구멍들로 인해 이야기를 주도하는 메인 캐릭터들인 시리와 예니퍼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게롤트에게 감정 이입이 되니 자연스레 게롤트의 활약만을 매 화마다 기다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전 시즌처럼 게롤트의 활약과 액션보다는 시리와 예니퍼의 감정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액션의 비중이 줄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쳐 시즌 2> 시리와 예니퍼라는 시리즈의 중심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을 확립하고 앞으로 더욱 거대해질 위쳐 세계관과 캐릭터들의 기초을 쌓아 두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기존의 스펙타클함과 화려함을 희생하고 지루하다는 평을 받더라도 말입니다. 그렇기에 액션보다는 마법사들간의 암투와 엘프와 인간 사이의 관계, 정치적 모습 등이 더욱 부각되었죠.

물론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전개 역시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시리의 부모에 관한 마지막 반전 역시 인상적이었구요.

본격적으로 제국 간의 암투와 전쟁, 엘프와 인간 간의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시즌 3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물론 시즌 2는 비교적 지루할 수 있습니다만, 충분히 볼만한 작품입니다. 시즌 3로 이어지는 다리라고 생각하며 버티십시오 휴먼!


그냥 참고 보십시오 휴먼 시즌3는 분명 더 스펙타클할 겁니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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