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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승 Jan 07. 2022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리뷰_변화의 위험성

그냥 잘하던거 하지…

자신의 강점을 더욱 갈고닦을지, 약점을 보완할지. 아마 이 논제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각자의 선택 모두가 일장일단이 있으니까요. 결국 결과가 증명할 뿐입니다.


매튜 본 감독은 이번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만들며 약점을 보완하는 데에 올인한 것 같습니다. 킹스맨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유혈 낭자하고 병맛넘치는 액션과 정신나간 유머 대신 진중함과 반전주의를 담아내고,  정치 공작과 암살 등이 그 비중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선택이 성공했느냐 한다면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킹스맨>의 정체성


킹스맨, 킹스맨 골든 서클…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킹스맨 시리즈의 상징은 그 과장되고 유머러스한 영화의 분위기와 액션 시퀀스에 있습니다. 여러 비현실적인 무기들은 이를 강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이번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액션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1차 세계대전 시기에 맞는 현실적인 무기를 사용한 처절하고 현실적인 액션 시퀀스들은 호평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번 킹스맨은 화끈한 오락영화라기보다는 진중한 반전 영화이자 첩보물에 가깝습니다. 이전 킹스맨의 화끈함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관객과 일차적으로 괴리감이 발생합니다. 아니 나는 분명 화끈하고 유쾌한 킹스맨을 보러 왔는데 뭐 이리 축 처지지?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없는 것이지요


첩보물로서도 글쎄…


거기다 첩보물로서의 완성도가 높은가 하면 그것 역시 아닙니다. 훌륭한 스파이 무비들의 공통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점입니다. <스카이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등의 스파이 무비들은 주인공과 빌런의 머리싸움, 심리싸움, 그리고 마지막 카타르시스까지 촘촘히 배치해 놓아 관객들이 숨쉴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죠.


관객이 몰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핍진성이라 생각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영화적 허용입니다. 예를 들어, 마블에서 타노스가 인구 절반을 날려버린다 해도, 우리는 마블세계관이니까… 하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선구마사>의 경우처럼 실존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해놓고, 이상한 설정들을 마구 가져다 사용하고 이를 그 세계관에선 당연하다는 듯이 연출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죠.


이번 킹스맨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겁고 진중한 첩보물을 표방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편의주의적인 전개가 많습니다. 일례로 옥스포드 공작의 요원들은 아무런 배경이나 연출 없이 그저 <이미 투입되어 있다>로 모든 일들을 해결합니다. 이들은 주인공이 필요한 곳에 이미 투입되어 있습니다. 백악관에도, 미국 대사관에도, 필요하다면 말입니다. 여기서부터 슬슬 영화가 맛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냥 뭐든 다 주인공의 생각대로 진행되기 시작하고, 별다른 방해나 위협 없이 쭉 결말까지 이어지거든요. 긴장감이 팍 죽습니다.


캐릭터들은 대체 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예고편이 나왔을 때, 모두를 가장 열광시켰던 것은 라스푸틴의 등장과 존재감이었습니다. 실존인물인 러시아의 괴승 라스푸틴을 빌런으로 등장시켰고, 심지어 예고편만 보았을 땐 최종 보스의 느낌마저 풍겼기에 사람들은 역대급 빌런이 등장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죠. 하지만 영화를 봤다면 알겠지만, 그냥 빌런 1 정도 수준에 그쳤습니다. 인상적인 장면 역시 예고편에 등장한 발레 액션 신이 전부였죠. 이럴 거면 대체 왜 라스푸틴을 그렇게 메인으로 홍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잘 먹히긴 했지만… 속은 느낌입니다.

이번 영화에선 라스푸틴 말고도 유명인들이 꽤나 등장합니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만큼 니콜라이 2세, 프린치프, 페르디난드 대공, 마타 하리 등등. 여기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면 역시 마타하리겠지만 이 캐릭터는 라스푸틴보다도 분량이 없습니다. 약간 활약을 하나 했지만 바로 옥스포드 대공에게 붙잡히죠.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한 일회용 캐릭터로 소비되기엔 아까웠습니다.

최종 빌런은 솔직히 너무 쉽게 예상이 가능했고, 영화 내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마지막에만 제대로 등장한 탓에 어떠한 카리스마도, 능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냥, 아 뭐 쟤였구나 이런 느낌? 빌런의 카리스마와 능력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영화 스토리텔링의 영역에서 이러한 연출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골든 서클에서도 똑같이 빌런의 매력을 제대로 연출하지 못하던 매튜 본 감독이었는데, 여전히 단점을 보완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기존 킹스맨 시리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을 뿐더러, 진중하고 무거운 첩보물이자 반전 영화로서도 훌륭하다고 보기엔 어렵기 때문입니다. 둘 다 잡으려다 실패한 것 같달까요. 차라리 영화보다는 넷플릭스나 워너에서 드라마로 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라스푸틴이나 마타 하리의 매력을 더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고 빌런의 무게감도 더욱 높일 수 있었겠죠. 전쟁의 참혹함을 더욱 강조하여 반전 메시지를 더욱 깊이있게 전달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배경인 만큼 여러 설정을 집어넣어 더욱 흥미롭고 알차게 연출할수도 있었겠지요. 그렇기에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흥행 실적 역시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 시리즈가 명성을 이어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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