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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승 Jan 11. 2022

정상수는 어떻게 다시 부활했는가

백발백중하는 명사! 수!

요 쳌디스아웃! 나는 정!상! 쑤!

백발백중하는 명싸! 쑤!

부산진! 구! 유명가! 쑤!

일취월장하며 썽장! 중!


최근 랩퍼 정상수의 기세가 놀랍다.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딩고 프리스타일 킬링벌스 출연 한달만에 팔백만 조회수를 넘겼고, 이어 스튜디오 와플의 ‘터키즈 온더 블럭’, 웹드라마 ‘마!’까지, 최근에는 SNL 에도 출연 소식을 전했다.


 

사실, 잘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정상수는 한국 힙합씬에서 제명되다싶이 했던 인물이었다. <쇼미더머니> 출연으로 나름의 인지도를 얻었지만 그 이후 기리보이에게 보인 술자리에서의 진상짓이나, 전설의 ‘테이저건 1호 랩퍼’ 사건으로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아마 다시는 메이저 힙합씬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사실 래퍼들이 사건사고 일으키는게 비일비재하고, 음주 폭행과 음주운전이면 최근의 약쟁이들에 비하면 나름(?) 적당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힙합이 이제 막 주류로 편입되던 시기였고, 그렇기에 래퍼들의 범죄 역시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주머니에 넣은 송곳이 튀어나오는 것 마냥 굵직한 사건사고를 일으킨 정상수는 당연히 대중에게도, 같은 힙합씬에게도 외면받으며 조용히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런 그를 다시금 일으킨 건 유튜브 활동이었다. 평범하게 자신의 랩 영상이나 올리려던 그의 유튜브 채널은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 의해 난장판이 되었다. 테이저건 밈이 댓글창을 도배했고, 협찬을 빙자한 정상수 놀리기 댓글이 베스트 댓글을 차지할 만큼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고 농락하는 데에 진심이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온갖 조롱과 농락을 당하는 정상수를 보며 사람들은 ‘재미’를 느꼈고, 그를 놀리는 것은 하나의 유희가 되었다. 이는 온갖 커뮤니티로 퍼져 이미 잊혀진 존재가 되어가던 정상수를 다시금 끌어올렸다. 랩을 주 컨텐츠로 삼고자 했지만 오히려 랩을 하면 시청자가 떨어지고(…) 시청자와 싸우거나 온갖 급발진과 쌍욕, 기행을 일삼으면 시청자가 올라가는(…) 정상수의 방송은 컬트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고, 오히려 친근감을 형성하게 되었다. 술먹고 쌈질하다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맞는, 반말했다고 욕을 내뱉는 꼰대 거친 양아치 쓰레기 인성 이미지에서 그냥 좀 웃기며, 잘 발끈하면서도 순박해 시청자들에게 맨날 속는 친근한 동네 형의 이미지로의 변신이 성공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요한 하위징아가 ‘호모 루덴스’라고 정의했듯이 이제 인류의 중심은 ‘유희’가 되었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라고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살아야 하는 예술인의 입장에서, 유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곧 자신을 중심으로 한 유행이나 놀이 문화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수의 경우 그것은 ‘놀리기’가 되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그는 극적인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었고 다시금 힙합씬 메인 스트림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 주었다.(아직 돌아간 건 아니다.) 거기에 그의 작업물들(명사수, 달이뜨면)이 시적인 가사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는 선순환까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이 유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인정하고 뭐든 얌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 유희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지닌다. 수동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날 것 그대로의 반응, 즉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그는 소위 말해 ‘약빨이 떨어져 더이상 재미가 없는’ 상황이 빠르게 오지 않을 수 있었고, 상호작용에서 파생된 다양한 밈들이 만들어지며 유희물로서의 수명이 계속해서 연장될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화제의 대상이 됨으로서 이미지가 바뀌고, 다시금 복귀 기회를 잡은 정상수가 과연 다시금 힙합씬에 돌아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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