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없는 시모ㅣ뒷담화 하는 글
안녕하세요. 며늘희입니다. 왜 시간은 주관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어느 순간에는 화살처럼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너무 흐르지 않아 야속한 것이 시간이라고_ 저에게 지난 몇 개월이 주관적이라는 그 시간이라는 개념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기간이었습니다.
저희 아가는 이른둥이로 예정일보다 훨씬 빨리 저와 남편의 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보통 초산의 아이는 출산예정일보다 늦게 나오는 편이라고 들어서 세상 한가롭게 _ 출산은 아직 멀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렇게도 갑작스럽게 양수가 터졌고 저는 너무 당황했고, 그리고 무서웠습니다. 살면서 출산을 해본 적 없는 제가 양수라는 게 뭔지 알리 있겠습니까 ?
분비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흐르는 그 느낌에 무언가 잘못된 거 같아 길을 걷다 집으로 돌아갔고 병원에 전화하였더니 양수가 맞는 거 같다며 어서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는 변기에 앉아 펑펑 울어버렸네요.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 남편에게 전화하고, 입원하고, 그리고 이틀에 걸친 산고 끝에 어여쁜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동안 티비에서 보아왔던 악을 쓰는 고통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출산의 기억이 이제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잊혀지고 있습니다. 그날 다들 점차 이 고통을 잊고 둘째를 가진다는 분만실 사람들의 말에 나는 이 고통 절대 잊지 못할 거 같다고 그토록 말해놓고 인간인 저 또한 망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아가는 사랑스럽고 새롭고 그리고 감동을 선사해주네요. 그 감동이 육아의 힘듬과 졸음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것의 답례 일지 모른다고 할지라도 말이죠.
정신없이 조리원 라이프를 마치고 산후도우미 서비스도 받고 그리고 끙끙대며 혼란을 여러 번 겪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지난달 어여쁜 저희 공주님의 조촐하지만 귀여운 백일잔치까지 지나갔습니다. 저체중아로 태어난 저의 딸은 아직 성장수치가 더디고 작아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왜 엄마들이 맨날 미안하다고 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임신한 줄 모르고 맥주를 마셨던 것도 너무 미안했는데 태어나고 나니 그 정도 미안함이 아니라 내가 엄마가 처음이라 너무 몰라서_ 울음소리마저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엄마 같아서_ 그리고 또 잘못하면 못해주는 대로_ 나는 나쁜 엄마인 거 같은 기분과 죄책감도 많이 들었습니다.
와중에 저희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쉴 틈 없이 보고 싶다, 언제 보니, 를 반복하시고 제가 들은 체 만 체 하자 아기가 보고 싶다고, 아기는 잘 크냐고, 그렇게 전화하고 톡을 보내시네요. 정신없는 그 상황을 삼십 년 전에 다 겪었을 분들이 저에게 너는 왜 오란 소리도 없냐며- 서운해 죽겠다- 며 시어머니는 모진 원성까지 쏟아내시니, 그 또한 감당하기 힘들어 저는 미치고 팔짝 뛰었고 남편과 그야말로 획을 긋는 부부싸움도 하게 되었답니다.
그리하여 다시 , 격식없는 시모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이전처럼 매주 업데이트는 무리라고 생각되어 업데이트 기간은 정하지 않지만 격주로 한 달에 두 번은 글을 올리는 것을 목표해봅니다.
(잘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사실, 저의 바램은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한없이 많아 브런치를 찾는 며늘희가 아니라 / 언젠가는 이 글을 접게 되는 날이 오기만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저희 시부모님들께서 스트레스 없는 삶을 주셔야 가능할 텐데 아직은 아득해 보이네요.
지치고 고된 육아 속에서도 작가의 서랍에 에피소드를 적고 싶어 로그인하고 싶던 날이 많았답니다. 감정 소모가 그렇게도 부질없는 시간낭비라는 것을 잘 알지만 저는 또 이렇게도 속앓이하고 그 귀하다는 금 같은 시간을 이토록 하염없이 소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다시 시작하는 소란스러운 저의 감정 소모를 한 번 더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길 바랍니다.
글을 쓰며 풀어내는 감정 소모가 저에게는 크나큰 마음의 치유가 되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