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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며늘희 Sep 26. 2023

뒷담화하며 며느리로 살아가는 녀자

격식없는 시모ㅣ뒷담화 하는 글

카카오뷰 : 뒷담화하며 며느리로 살아가는 녀자



 어느 날 브런치에 접속하였더니 계속해서 - 작가님 수익을 창출하세요 - 라는 문구가 사방팔방 계속해서 나를 유혹했다. 그동안 브런치가 너무 좋았던 이유는 글쓰기에 적합하도록 무엇보다 깔끔한 UI디자인과 블로그와 달리 너저분하고 지저분한 광고가 여기저기 붙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수익을 창출하라는 메시지를 보았을 때 브런치 역시 광고로 도배되어 더러워질 것인가 우려했는데 알고 보니 카카오뷰라고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이 플랫폼은 변함이 없고 새로운 서비스가 도입되는 마당에 내 글을 홍보할 기회를 얻자, 나는 곧 가입과 절차를 거쳐 이곳에 올려둔 며늘희의 이야기를 큐레이션 하였다. 



소개글

귀하게 자라난 딸이

한 남자의 아내가 됨과 동시에 알지도 못하던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됨.



웰컴 메시지

금이야 옥이야 나름 귀하게 자라난 딸이 한 남자의 아내가 됨과 동시에 그동안은 알고 지내지 않았던 한 집안의 며느리라는 직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가 시월드를 향해 활자로나마 소심하게 험담을 해보려 합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


그리고 육십 세 전후의

아들을 가진 녀성들에게.


그리고 또 그녀들의 아들들에게_



나의 험담을 공개합니다.



카카오뷰를 시작했던 것이 작년이었던 거 같다. 사실 많은 신경은 쓰지 못했지만 그동안 써둔 글을 발간하면서 새로운 독자가 유입되길 바래왔었다. 나를 유혹했던 '수익창출'이라는 메시지보다 내 글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댓글이 올라오며 조회수가 늘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큰 희열이었다. 


어떤 날은 다음이나 카카오뷰 메인화면에 나의 브런치가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런 날은 내가 지금까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조회수를 돌파하며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어주러 접속한 흔적이 남겨졌다. 결혼하고 며늘희가 되어 그저 나의 심정을 구구절절 써놓은 이 공간에 들어와 주는 사람들이 신기했고 아주 잠깐이라도 클릭을 눌러주는 그 행위는 어쩌면 지루했던 내 삶에 꽤나 짜릿한 경험이었다.



대형 포털이라는 다음이라는 화면에 나의 글이 떡하니 박힌 모습은 무언가 내가 대단한 것을 해난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해주었다. 연예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곳곳에 얼굴이 박히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얼마나 잘 견뎌내는 것일까- 별 생각도 다 들었다. 



그런데 그런 카카오뷰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한다. 나에겐 최고의 조회수를 올려준 서비스였는데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접어버리는 서비스 라는 건, 어쨌거나 문제도 있고 기업이 이끌어갈 필요판단에 있어 아님이 선언되었다는 것일 테다. 


어쨌든 나에겐 추억을 안겨준 서비스였다. 







매번 오늘은 글 좀 써볼까, 생각하다가_ 

(사실 며늘희의 서랍엔 이미 많은 글이 있어 남겨있어 글을 쓰는 것 보다는 

퇴고를 해야 하는 편이 맞겠다.)  


그러니까 오늘밤엔, 퇴고를 좀 해볼까__ 하면서도 컴퓨터를 켜거나 브런치에 접속하는 일은 여간 어려웠다. 


다 핑계일지라도 육아라는 중노동을 하고 난 뒤 하루라는 시간을 쪼개 굳이 시가일을 생각하고 되새기며 며늘 희라는 위치에 앉아 나 자신을 굳이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회피한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 


처음에는 매주 화요일에 꼬박꼬박 꽤 긴 글을 작성하고 퇴고하여 정성을 다하며 험담 하던 일을 문을 닫아 넣어두려고만 했다. 사실 곪고 싶지 않아 작성하며 나 자신을 위해 하던 일을 내가 하고 있지 않다는 건, 나의 서러움이나 아픔을 나 자신조차 돌보지 않았던 것과 같을지 모른다. 



어떤 며느리에겐 짧을지도 모르는 애송이 같은 나의 며늘희로서의 시간들을 어서 빨리 정리해 보아야겠다. 

 






그래도 언제 간 열리지도 않을 그렇게 없어질  추억의 사이트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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