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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자 휘쿤 Jun 07. 2023

주식투자 A to Z - 주식의 본질(2)

주주와 기업의 윈윈관계


주식의 본질

주식투자의 본질을 안다는 건

(1) 기업이 주주들의 돈을 활용해서 '사업의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자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걸 이해하는 것

(2) '아무런 채무이행의 의무없이도 주식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이유'인 '기업-주주간 Win-Win 구조'를 이해하는 것




상장기업과 주주가 Win-Win 하는 법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갖고도 돈이 부족해서 사업을 충분히 키우지 못하던 기업은 주식을 팔아서 사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평균적으로 통용되는 다른 어떤 방식들보다 큽니다. 그렇다면 기업에게 돈을 주고 지분을 받은 주주는 기업과의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익을 누릴 수 있을까요?

차용증 양식

  보통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때 우리는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긴한지', '돌려받는다면 언제 어떻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와 '빌려주는 대신 어떤 이득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계약서에 명시합니다. 이는 우리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한 차용증을 쓸 때도 명기하는 내용이고, 은행에 돈을 맡길 때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은행에게 돈을 빌려줄 때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상품이며", "2년만기를 채워야하며", "그 경우 이율은 세전 4%다" 등의 내용을 확인합니다.

  기업의 주식을 사는 행위도 사실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입니다. 기업은 자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주주들의 돈을 빌리죠. 주주들은 열정넘치는 기업에게 돈을 그저 기부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은 빌린 돈에 대한 채무를 어떤 방식으로든 이행해야합니다.

  기업이 주주들에게 빌린 돈을 갚는 가장 확실한 방식은 '의결권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개인기업이 주식회사가 되는 순간, 해당 회사는 주주들과 의사결정권을 나눠야하고, 회사의 중요한 결정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주주들은 돈을 빌려준 대가로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충분한 의결권을 가진 주주들은 회사의 수익을 당장 자기들의 주머니에 꽂을 수도 있고, 더 큰 수익을 위해 재투자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돈을 빌려준 회사가 그 돈으로 더 큰 돈을 못번다면, 의결권은 무용해지지만, 엄청 돈을 잘 벌 경우 주식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겁니다.



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이처럼 '기업과 주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돈을 빌리는 대신 의사결정권을 나누며' 양주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문제는, 이같은 보상체계는 큰 자금을 바탕으로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자에겐 유의하지만, 소액투자자들에겐 대체로 의미가 적다는 겁니다. 물론, 소액투자자들이 연대하여 단일하고 규모 있는 목소리를 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의결권은 '머리 수'가 아니라 '주식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합의를 이뤄야 할 머리 수는 많고 보유 주식은 적은 소액투자자들의 배는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시장 상장은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식장사를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사업 확장에 대한 야망있는 많은 기업들이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는 이유죠. 문제는, 기업이 더 많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자기의 주식을 팔며 몸값을 부풀릴수록, 소액투자자들에겐 '의결권'의 메리트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1억원을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몸값 10억짜리 기업에 투자하면 10%만큼의 목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주주들에게 돈을 빌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키우고를 반복하며 결국 상장까지 성공한 기업들은 최소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조원의 몸값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주식을 고작 1억치 보유해봤자, 그 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돈을 빌려 사업을 키운 대가로, 충분한 의결권을 가진 주체의 결정에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의결권이 미미한 주주들의 이익에 대해서는 주식회사가 신경쓸 이유도, 어떠한 부채상환에 대한 의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소액주주가 되는 행위'는 어쩌면 허공에 돈을 뿌리는 행위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투자구루들과 자본주의의 역사는 개인들에게 "상장기업 주식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하라"고 말합니다. 이는 비록 상장기업이 '의결권' 관점에서는 소액주주를 신경쓸 이유가 없지만, 여러가지 다른 측면에서 주주들 모두에게 '빚을 진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 할 때 기업과 주주 모두가 이익을 보는 'Win-Win'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상장기업이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주가가 더 오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면 1) 주식을 빌미로 인력수급이 쉽고, 2) 급전이 필요할 때 회사가 보유중인 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기 수월하고, 3) 주식을 새로 조금 더 찍어서 팔아도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며, 4) 회사 전체의 몸값이 올랐단 뜻이기에 경영권을 확보한 대주주 지분의 가치도 오릅니다. 이 외에도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다양한 방면에서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다시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상장기업이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구체적인 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요?

  첫 번째는 '배당금 지급'입니다. 기업은 주주들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키웠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이익을 창출한 것이기 때문에, 이익의 일부를 주주들과 직접 나누는 겁니다. 배당금은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지급되기 때문에, 주주들은 자신이 확보한 지분에 비례하여 기업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기업의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이 배당금의 액수도 꾸준히 늘린다면,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의 '배당률(투자액 대비 배당금의 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보유중인 주식이 '이자가 점점 늘어나는, 만기없는 채권 혹은 예금'처럼 되는 거죠. 이와 같은 사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날 배당금'을 기대하며 이 회사의 주식을 사려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배당률이 늘어나는 이 주식을 팔려는 사람은 줄고, 사려는 사람은 늘기 때문에 이 기업 주식의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현명한 재투자'입니다. 기업은 주주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돈을 당장 배당금으로 지급할 수도 있지만,
대신 사업확장에 더 투자하면 다음엔 배당금을 더 많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이렇게 되면 주주들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의 이익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이후 기업이 실제로 재투자를 바탕으로 이익을 더 창출하고 그 결실을 주주와 나누려한다면, 비록 지금 당장의 배당률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은 기업을 더 믿고 기다려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해당 주식을 팔려는 사람은 줄고, 사려는 사람은 늘기 때문에 이 기업 주식의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입니다. 나라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르지만, 보통 배당금엔 '이자세'를 명목으로 세금이 붙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잉여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돈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직접 우리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인 후 소각해버리는 건 어때?
그러면 배당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주식을 더 살 수 있어!

  앞서 언급했듯, 주식회사가 주주들의 돈을 빌리는 대가로 제시하는 제 1옵션은 '의결권'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전체 주식의 수를 낮추기 때문에, 주주들이 보유한 1주 1주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회사가 직접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한 후 이를 소각해버리면, 그 회사의 지분을 10%들고 있던 사람의 지분율이 앉은 자리에서 더 높아지는 겁니다. 그러나, 이와같은 '의결권' 관점은 여전히 소액주주들에겐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주에 따라 '지분율이 0.1%에서 0.3%로 늘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슨 겁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소액주주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어떤 물건의 가격이 오르려면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적은 공급을 두고 수요자들 사이에 경쟁이 붙으며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는 기업이 직접 자기 주식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행위에 가담하는 겁니다. '우리 이렇게 꾸준히 돈 잘 벌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우리 주식 사들일 거니까 어디 팔테면 팔아봐!'라는 마음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면, 주식에 대한 수요(사려는 규모)가 공급(팔려는 규모)을 넘어서는 어느 임계점에부터 주가는 오를수밖에 없습니다.

애플 주가

 꾸준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주가를 올릴 수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애플의 주가는 꾸준히 올랐습니다. 물론, 이 이면엔 '아이폰을 잘 팔아서', '아이폰 생태계를 잘 구축해서', '브랜딩을 잘 해서' 등 실제 이익창출 능력에 대한 이유도 작용했지만, 분명 애플의 자사주 매입정책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애플 자사주 매입 통계


애플은 작년 한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0조원이 넘는 금액을들여 자기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애플의 주식이 떨어지려면 최소 100조원이 넘는 매도물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반대로 애플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주가하락을 막는 100조원의 매수물량이 같은 편에 있음을 뜻합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애플주식을 사고싶게 만들기 때문'에,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이같은 수요와 공급측면 외에 벨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업의 적정가치 산출에 널리 활용되는 방법중 하나가 '이익에 기반을 둔 상대평가 방법인 PER 벨류에이션'입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의 적정주가' 는 '주당 순이익(EPS)'과 'PER계수'의 곱이죠.

적정주가 = 주당 순이익 * PER
=순이익/전체 주식 수 * PER

위의 공식에도 나타나듯, '주당 순이익'은 분자인 '순이익'이 늘거나, 분모인 '전체 주식 수'가 줄면 오를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하는 행위는 전체 주식의 수를 줄이는 행위기 때문에, 같은 순이익을 두고도 '주당 순이익'을 높이는 효과를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벨류에이션 측면에서 기업의 적정주가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기업과 주주의 관계'에서 기업은 주주들의 돈을 빌려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립니다. 반면 주주들은 이론적으론 의결권의 이점을 누릴 수 있지만, 기업의 규모가 크고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낮을 수록 의결권 이점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기업엔 이를 해결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은 소액주주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지급하려 노력할 수 있는데, 가장 확실한 방식은 '주가상승'입니다. 기업의 주가가 실제로 상승할수록 기업 스스로도 여러 이익을 추가로 누릴 수 있기때문에, 자본주의를 잘 이해하는 훌륭한 기업은 주주환원정책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기업이 주가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이익을 직접 주주들과 배당금을 통해 나누는 방법입니다. 이는 그자체로 주주에 대한 금전적 보상역할을 하기도 하며, 배당액이 늘수록 해당 회사 주식은 다른 수요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갑니다. 두 번째는 이익을 재투자해서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식의 훌륭한 경영성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주주들은 물론 주주가 아닌 사람들로 하여금 '더 큰 결실을 언젠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주식에 대한 수요를 늘립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자기 주식을 매입 후 소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자체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가격상승에 긍정적인 수요를 늘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벨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기업가치가 좋아보이게 도와줍니다.

  이와같은 주식의 본질에 입각하여, 현명한 투자자는 돈을 빌려달라고 보채는 무수히 많은 기업들 중, '기업과 주주의 Win-Win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주환원의지가 강한 기업을 선별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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