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주식을 찍어 파는 이유
주식투자의 본질을 안다는 건
(1) 기업이 주주들의 돈을 활용해서 '사업의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자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걸 이해하는 것
(2) '아무런 채무이행의 의무없이도 주식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이유'인 '기업-주주간 Win-Win 구조'를 이해하는 것
평소 와인바 창업에 관심많던 A는 벼르고 벼르던 어느날 그간 모아둔 돈 5억원을 다 털어 '에이스 와인바'를 오픈합니다. A는 평소 전국 곳곳의 와인바를 돌아다니며 각각의 장단점을 연구해왔습니다. 덕분에 에이스 와인바는 기성 와인바들과는 다른 신선함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으며 몇달만에 '연 순이익 1억원'짜리 가게로 거듭났습니다.
어느날 A는 에이스 와인바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을 보며 사업확장에 대해 생각합니다. 에이스 와인바를 프랜차이즈화 하여 전국에 가맹점 수를 늘린다면, 가맹점주들과 이익을 나누더라도 순이익이 1억원보다 훨씬 많이 남을 것 같았죠. 심지어 에이스 와인바가 전국구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을 경우, 와인제조는 물론 유통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A는 에이스 와인바의 성공에 자신있었지만,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현재 A가 혼자 운영하는 와인바를 여는데에도 5억원이 들었으니, 전국적으로 와인바를 10개만 열려해도 50억원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A가 와인바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을 50년간 꼬박 모아야 가질 수 있는 돈이죠. 이에 A는 '사업확장을 위해 돈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A는 '에이스 와인바의 전국적 성공'을 꿈꾸기에, 한 번에 많은 돈을 투여해서 전국에 수십 수백개의 매장을 열고싶었습니다. 이에, A는 많은 돈을 빌릴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먼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 A는 고작 '연 1억원 버는 사업가'일 뿐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당장 연봉의 수십,수백배에 달하는 돈을 은행이 빌려줄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 2, 제 3 금융권까지 눈을 돌리자니 이율이 너무 높아 A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음은 A가 직접 에이스 와인바의 채권을 발행해서 투자자들에게 홍보하는 방법입니다. '원금을 되돌려주는 건 물론,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율도 쳐줄 것'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방법이죠. 개인이 타인에게 차용증을 작성하고 돈을 빌리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막 사업을 키워가려는 A에게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부에 대해 원금도 보장해주고 이자도 돌려줄 수 있다'는 신뢰를 갖기 쉽지 않죠. 이 역시 모금액에 한계가 있는 방법입니다.
이외에 자금조달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볼 수 있지만, 단 기간에 큰 투자금을 모으려는 A의 성에 차지않습니다. 그러다 A의 눈에 '지분, 즉 주식을 파는 방법'이 들어옵니다.
"저는 연간 1억을 남기는 사업체를 전국구로 확장해서 연간 100억을 남기려 합니다. 그게 성공하면 저는 단순한 와인바 사업을 넘어 와인 생산 및 유통사업에도 진출해서 연간 200억을 남기려 합니다. 이후 저는 멈추지 않고, 국내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을 해외에 수출해서 연간 1000억을 남기려 합니다. 이처럼 성공가도를 달릴 제 사업의 지분을 미리 사두세요!"
아무리 높은 이율을 제시하더라도 리스크때문에 투자를 꺼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애초에 매우 높은 리턴을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이후 '달콤한 당근'에 이끌려 투자자들이 돈을 들고 오면, 이를 활용해서 자신이 제시한 비젼을 현실화해 나가는 거죠.
지분을 다른 사람한테 팔기 위해서는 '사업체 전체의 가치, 즉 총 지분 100%의 가격'을 책정합니다. 이때 주식을 팔려는 A는 에이스 와인바의 가치를 더 높게 부르려 할 거고, 주식을 사려는 예비 투자자들은 최대한 싸게 지분을 취득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예컨대 A는 '이미 전국구 사업체로 거듭난 상황'을 가정해서 수백억 이상을 부를 수 있는 반면, 예비 투자자들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로 그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겠죠. 이처럼 매수자와 매도자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균형 가격이 형성되고, A는 그 가격에 자기 지분의 일부를 넘깁니다. 이 과정이 기업가치에 대한 투명한 공개없이 이해당사자들끼리 이루어지면 비상장주식거래인 것이고, 기업가치를 대중에게 공개하며 보다 큰 규모의 자금시장에 뛰어드는 걸 'Initial Public Offering(IPO: 기업공개)'라 합니다. 우리는 IPO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과정을 두고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A는 가용한 어떤 자금조달 방식을 활용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끌어모읍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A의 지분율은 줄었습니다. 이제 A는 전국 곳곳의 에이스 와인바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일부를 주주들과 나눠야 합니다. 그럼에도 A는 웃고 있습니다. 주식을 팔아서 투자금을 마련한 덕분에 한번에 에이스와인바를 수십개 더 열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연간 수십억의 순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A는 이를 주주들과 지분대로 나누더라도 연간 10억원이상 법니다. 연간 1억씩 버는 와인바 하나로 A혼자하려 했으면 수년이 걸렸을 사업확장이,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팜으로써 단기간에 이뤄진 겁니다.
이처럼 기업 혹은 기업가가 자기 지분율이 희석되는 걸 감수하고서도 주식을 투자자들한테 파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업확장을 통해 지분율 희석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주식장사'입니다.
한편, 주식시장엔 분명 '주주들의 돈을 이용해서 자기 배만 불리려는 사기꾼'들도 존재합니다. 창업자가 기존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어떻게든 기업가치를 부풀려 상장시키는 걸 목표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주식시장을 악용한 사례들'은 투자자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트라우마로 자리잡아, 주식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인식을 왜곡하곤 합니다. "주식은 쳐다도 봐선 안되는 것", "특정 나라의 주식시장은 투자하면 안되는 곳" 등과 같은 인식이 사람과 세대를 거치며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이 과정에서 정말 괜찮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야망넘치는 기업과 기업가들은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잃습니다.
정말 괜찮은 사업아이템을 더 빠르게 많이 팔기 위해 돈을 빌린다.
이때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돈을 적당한 대가만으로 빌릴 수 있는 통로를 활용한다.
그게 '주식장사'기 때문에, 야망있는 기업가들은 자연스레 주식을 찍어서 팔려한다.
기업이 주식을 찍어서 파는 본질적인 이유는 주주들의 돈을 활용해서 사업의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이를 투자자의 관점으로 뒤집어 해석하면, '정말 괜찮은 아이템을 가지고도 돈이 부족해서 잠재력을 뽐내지못하는 기업 혹은 기업가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가 주식투자'인 셈입니다. 어떤 기업이 주주들의 돈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세력들이 주식장사를 기획하던, 우리는 주식투자의 본질에 집중해야합니다. '주식을 찍어서 파는 행위'가 오랜 기간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이해해야, 우리는 주식시장에 대한 편향된 시각없이 '잠재력 있는 기업과 기업가를 파악하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