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저는 조정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인데요. 이를 보고 누군가는 '줏대 없다' 또는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 법이 없다'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생각이 깊지 않던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맞아, 왜 나는 금세 포기하고 마는 걸까?'라며 자책하고 셀프 디스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나이를 조금 먹다 보니 나름의 지혜가 쌓이고 제 삶을 지탱해 주는 중심이 잡힌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런 말을 들어도 그저 웃으며 넘기는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혹은 여러분이 저와 같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이라면 비난하지도 말고 그저 응원해 주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게 정말 옳은 길일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멈추지 말며, 목표를 끝까지 이루라는 메시지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행동, 즉 계획에 대한 '조정'은 필수입니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꼭 한 가지 길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적지만 명확하다면 어떤 길로 가든 상관없습니다.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면 조정을 해보세요.
여러분이 등산을 하고 있고 목적지가 그 산의 정상이라면 어떻게 올라가고 싶으신가요? 혼자서 갈 수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 갈 수도 있습니다.
그 산을 최대한 빨리 정복하는 것이 목표라면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해서 단숨에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예측과는 다르게 하루 이틀로 정복하기 어려운 산이라면 산행을 중지하고 다시 내려가 준비를 철저히 하고 다시 시도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온 게 아까워서 아무 준비 없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끝까지 가려는건 '무모함' 입니다.
우리가 세운 목표와 계획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대부분 조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운이 좋게 주변에 멘토가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은 조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평생을 멘토 없이 혼자서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며 살았고, 그동안에 엄청나게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겪었고 좌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조정'입니다.
처음 우리가 세운 계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적지만 분명하다면 다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할 수 있습니다. 꼭 원래의 방법과 방향을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올바른 방향을 찾고 그쪽으로 조정해보는 것입니다.
비행기의 항로 중 99%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하는 것은 그 항로를 유지하기 위한 조정장치 때문입니다.
우리는 계획이 실패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당연하게 여겨야 합니다. 목적지만 명확하고 우리의 시선이 그곳에 잘 머물러 있기만 한다면 우리는 자동으로 조정을 하며 그곳으로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