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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마케팅이야!

이제야 이걸 깨닫게 되다니..

by 마케팅김이사

(위 제목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의 패러디며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 진영에서 내걸었던 선거 운동 문구이다. 클린턴은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를 누르고 승리하였다.)



주말에는 갈 곳이 없어 도서관으로 가곤 했다. 노트북을 챙겨 가면 하루종일 무료로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도서관에 앉아서 일을 하다가 허리도 펼 겸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 내부를 천천히 돌아다녔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발이 향한 곳은 '마케팅' 섹터였다.


'무의식적으로 여길 오다니 나도 마케터이긴 한가보다'


한참 열심히 공부할 때 읽던 책도 보였고 처음 보는 책들도 많았다. 그중에 오렌지 색으로 눈에 띄게 두꺼운 책이 보였다. '마케팅 설계자'란 책이었다.


'이 책은 뭔데 이렇게 두꺼워?'


가벼운 마음을 책을 펼쳤다. 한 번 훑어보고 별로면 다시 꽂아 넣을 생각에 그 자리에 서서 읽었다. 책의 서문을 읽다가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 나는 책을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4시간에 걸쳐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다 읽어버렸다.


'아니 이게 대체.. 난 그동안 뭔 짓을 한 거지?'


뒤통수를 후려쳐 맞은 느낌이 들었다. 마케팅을 한답시고 한 행동들 이 마케팅이 아니었다. 그냥 그건 마케팅이라고 스스로 자위했던 것이다.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지식을 뽐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돈을 주고 광고를 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재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책의 초안 발매일 보다 1년 앞서 관련글들을 써왔다. 퍼널이니 상향판매니 이런 건 대부분 20~30년 전 마케팅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다. 중요한 건 똑같이 마케팅을 하는데 누구는 연간 '1억 달러 매출'을 내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광고비는 문제가 아니었다. 상품도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나와 고객의 '관계 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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