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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나무숲 Jun 26.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부모로 살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에게도 그 여파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습니다. 두 아들이 등교 대신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집 안에 상주하는 시간이 무한대로 늘어나자 주부인 저는 삼시 세끼 챙기는 게 최대의 ‘일’이 되었지요. 첫 한두달은 버틴다는 생각으로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그러다 여름이 오고 장마가 시작되어서도 설거지하고 돌아서면 다시 밥 때 꼬박꼬박 챙겨야하는 생활이 이어지자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챙겨주겠다는 당찬 열정은 빛 바래 갔습니다. 앞으로 남은 코로나시대와 그 이후 시기에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책과 자세를 모색하느라 마음과 머릿속이 분주합니다. 코로나가 일상을 더욱더 오랫동안 장악할수록 저와 가족의 평범한 하루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작게는 아이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에서부터 더 나아가 학교의 역할과 교육의 의미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부모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처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 갈 날만 기다렸지만, 3월 말 결국 등교 일정이 취소되고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지만 정식 개학이기에, 첫날은 아이도 저도 바짝 긴장해 있었습니다. 첫째 아이에게 이번 개학은 동시에 중학교 입학이었거든요. 아이에게 책상에 앉아서 반듯한 자세로 수업에 임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저도 시간에 맞춰 아이들의 아침, 점심을 등교할 때와 균일하게 맞춰주고자 애를 썼습니다. 아직 새로운 교육기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때 여서 첫째 아이는 온라인이지만 수업할 때 교복을 입어야 하진 않을까, 수업을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나, 숙제는 어떻게 내야하나 등등 대응책을 고심하며 코로나시대 학생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입시를 대비할 학년은 아직 아닌 터라 두 아들들은 반친구들을 못 만난다는 것 이외에 수업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온라인 수업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개학 3주 후에는 둘 다 등교를 한 번씩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드디어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며 초등학교 5학년 둘째 아들은 기뻐했고, 중학생 큰 아이는 온라인 수업시간이 더 좋더라고 말했습니다. 중학교의 경직된 수업분위기 보다는 온라인 수업이 자유로워서 그렇지 않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개학에 대해 저는 처음에는 다소 부정적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기존에 익숙했던 학교 생활 방식이 아니다 보니 신뢰가 부족하고 부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의 대체제로서 구실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다소 막연했지만 정서적인 거부감은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세가 잡히지 않고, 온라인 교육방식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트렌드가 변하면서 그에 적응하기 위해서 제가 고민하는 주제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의 당위성 여부를 따지던 데서 벗어나 그 의미와 파급효과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은 대부분의 수업이 EBS 강사진과 고퀄리티의 시청각자료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동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지식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2020년 오늘날도 대한민국의 학교 수업의 대부분은 여전히 강의 위주입니다. 교과서에 정해진 지식과 논리를 학생이 최대한 습득하는 것이 학습의 목표이다 보니, 수업내 활동의 우선순위에는 늘 ‘강의’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 형태로 아이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려는 혁신의 움직임도 있지만, 그건 여전히 소수일 뿐 대부분 학교의 수업 구조와 시험 유형은 저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학교를 다녔던 2~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대한민국 공교육 구조 속에서 온라인 개학은 ‘강의’의 형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단일화된 수업이 모든 아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온라인 개학은 ‘강의’가 학교 수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큰가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를 통한 배움의 효용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주목을 끄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왜 아이를 학교에 보낼까요? 학교 생활이 포함하는 요소들 가운데 무엇이 소중하다고 느껴져서 그런 걸 까요?



​부모로서 저의 사례를 반추해보았습니다. 제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아이의 행복, 안정, 사회성 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입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기대하는 가장 큰 가치가 ‘성장’에 있다면, 우리 공교육이 과연 그 의미를 잘 실현해주고 있는지 당돌하게 질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비교해봤습니다. 교실에서 수업을 잘 듣고 돌아온 아이와 온라인 강의를 잘 듣고 방에서 나오는 아이가 지적 능력발달 측면에서 어떤 큰 차이가 있을까 하고요. 둘 중 누가 더 성장하고 누가 덜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성장'이란 아이가 예전에는 하지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거나,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는 현상이 풍부하게 일어날 때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을 통해 강의형 수업과 소수의 활동 수업이 기존 공교육 수준을 대체하기에 크게 무리가 없었다는 점을 인지할수록, 공교육이 진정한 아이의 ‘성장’을 위해 설계되었는지 반문하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수업을 하려면 일단 수업시간에 아이를 관찰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탐구하고 그에 맞춰 피드백이나 코멘트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는 코멘트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아이와 아이 간에도 일어납니다.  전문성을 갖춘 맞춤형 피드백이 학생 개개인에게 주어진다면 사교육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오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지금의 현실과 너무 괴리가 큽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잡히고, 아이들이 등교를 하기 시작하면 학교 수업은 ‘정상’수업을 향해 돌아갈 것입니다. 40~50분의 수업 시간 동안 선생님은 지식의 전달자, 아이는 지식의 수용자로 전통적인 역할 분담을 이어가겠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소비패턴도 바뀌고,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고, 전 지구적인 패러다임도 바뀌지만, 대한민국 초중고 아이들의 삶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물론, 학교 생활을 구성하는 요소에 오로지 수업만 있는 건은 아니에요. 쉬는 시간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가장 큰 당위성!, 점심시간과 점심 먹고 난 후 축구처럼 행복한 활동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교의 본질이 수업인데, 교과 외 활동만 좋아하면 학교 생활을 충분히 유의미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겠죠. 교실의 풍경이 바뀌지 않는 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학교에서 아이의 지적 성장에 필요한 실질적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국가와 학교가 해줄 수 없다면 남겨진 아이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는 양육자 뿐입니다.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어야 사람, 아이가 공부를 통해서 성장을 연습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도 옆에 있어줄 수 있는 버팀목은 다시 부모 밖에 남지 않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의 활동이 점점 더 작은 원을 그리고 있습니다. 타자와 접촉을 최소화하는 활동이 선호되면서 생활의 반경이 점점 더 핵가족을 단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적인 사회 경향이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각자의 작은 원 안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대책을 찾아야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죠. 때문에 아이의 학습 능력 발달 책임을 사회나 국가보다는 가정과 개인에게 전가하는 한국 사회와 같은 곳에서는 아이의 지적 성장, 사회적 발달, 경제적 뒷받침을 도맡는 주체가 오롯이 부모가 됩니다. 사회가 고도로 발달할수록 아이와 부모가 알고 대처해야할 것들의 양과 수가 많아집니다. 덩달아 이 양육의 책임도 더욱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포스트코로나 트렌드가 부모의 역할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이고 정책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이상, 부모로서 우리의 대처법에 대해 고심할 필요가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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