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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in Jul 26. 2020

단골손님

창업, 그 거창함 속에 담긴 소소한 일상 4

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손님.


내가 가게를 인수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니 이 가게의 역사를 처음부터 함께 시작한 주인장은 아니다. 때문에 미처 깨닫지 못하는 단골손님들이 많을 것이지만 가끔 손님들이 "저희 여기 2018년부터 왔었어요."라고 말을 건넨다던지 함께 온 동반자와 함께 여기 처음 온 때가 언제지 라며 서로 추억을 곱씹는 대화를 통해 이 가게의 역사와 함께한 손님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에게 이 공간은 내가 가진 추억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이 가게에서 연애의 역사를 시작했을 수도 있고, 주말의 여유로움과 함께 따뜻한 한 끼를 만끽하던 공간일 수도 있다.  


그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여기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늘' 이 공간을 정해놓고 찾아와 주는 모습을 보면 나만큼이나 이 공간을 아끼고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옛 추억을 곱씹으며 이 공간이 계속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추억에 누가 되지 않도록 가게를 계속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루가 다르게 식당들이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시대에 5년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킨다는 것,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 아닐까.


나만큼 이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음식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함께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가게를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행운 같은 일이다. 이 공간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 될 수 없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가게로 남고 싶다. 늘 정하여 놓고 거래할 수 있는, 따뜻한 위로가 되는 그런 가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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