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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땜미 Nov 30. 2022

환대받는 어린이. 박대받는 어린이.

오은영 박사님의 저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를 교실 책상 위에 두고 자주 펼쳐보며 참고하던 때. 우리 반 아이가 다가와 박사님의 사진을 보곤 갑작스럽게 "저는 오은영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왜?"라고 묻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오은영 선생님은 어린이 편이에요!"


어린아이들도 자신이 환대받고 있는지 박대받고 있는지 느낀다. 아이는 만나본 적도 없는 텔레비전 속 전문가를 '어린이 편'이라고 정의했다. 어른들 중에 '어린이 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노 키즈 존'이 화두에 올라 논쟁거리가 된 지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논쟁 속에서 노 키즈 존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점점 더 늘어갔다.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며 어린이들은 '세상은 어린이 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노 키즈 존'이라는 말이 보편화되기 전. 어린이와 함께 가게에 가면 직원이 '깨질 수 있는 물건이 있으니 어린이를 주의 시켜달라'라고 하거나 '갤러리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여서 어린이는 2층 갤러리 존에는 입장할 수 없다'는 등 어린이가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줬었다. 지금은 "여기 노 키즈 존이에요!"라는 말 한마디, 혹은 '노 키즈 존' 팻말 하나면 손쉽게 어린이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


어린이들도 실수를 하거나 지적을 받으면 멋쩍어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만일 어린이가 가게 안에서 뛰어다니다가 주의를 받았다면 어린이는 적어도 그 가게에서 다시는 뛰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노 키즈 존은 어린이가 배울 기회를 사전에 차단한다.


자영업자들은 일부 양육자들을 노 키즈존 운영 이유로 들곤 한다. 나도 보육현장에서 일하며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양육자들을 종종 마주친다.  그러나 일부 양육자나 아동 때문에 전체를 배척하는 것은 차별이자 폭력이다.

어린이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자, 배움의 기회를 주자. 어린이들은 그것만으로도 감사의 인사를 보낼지도 모른다.

어린이를 환대하면 어린이도 우리를 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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