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고독의 차이
dear 혜린
선택적 은둔이었던가, 타인에 의한 은둔이었던가. 아무튼 전 조금 외톨이입니다.
며칠 전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의둔자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다른 지구반대편에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베스트 프렌드 한 명이 생긴 든든한 기분입니다.
이곳에서 전 평화롭고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가끔 사실 , 두렵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보다는 보이는 고요를 선택했기에 전 조금 외톨이이지만 행복한 거 같아요
가짜 웃음으로 도망가지 않아도 되고,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어서요 .
요즘 운전을 해서 발레를 배우러 시내에 다녀옵니다. 고요한 일상에 비타민 같은 시간이지요. 나이가 꽉 찬 발레 선생님은 아직도 소녀처럼 깔깔깔 수다를 한바탕 하고 나서야, 수업에 들어갑니다. 수업 중 아들과 통화를 하던, 다른 업무를 하던 아무도 닦달하지 않아요. 이게 시골의 매력인가 봅니다. 발레를 하며 선생님께서 제 몸을 보곤 , 조조 씨 이제 힘 좀 빼도 돼요. 몸이 지능적으로 굳어서 릴랙스가 안되니 부상도 심해지고, 목디스크도 생기는 거야. 무릎을 쳤어요!
배가 굳으니 어깨가 말리고 , 말린 어깨를 피려니 등과 목에 힘이 들어가고, 통증은 항상 목과 등으로와 가끔 숨이 가쁩니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프리랜서 N 잡러는 아직 내려놓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있나 봅니다.
아직도 이 나이에 힘이 덜 빠졌더니 시골 생활 더 해야겠어라고 생각을 했어요.
( 선생님 왈 나도 40살 때까지 그랬어 조조 씨 젊어서 그래 그러니까 꾸준히 운동해! )
발레를 하면서 땀을 빼야 몸에 힘이 빠진다니 정말 아이러니 한 상황이지만, 다른 시선이나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온전히 몸의 근육 하나하나에만 집중하며 클래식 음악에 몸을 맡기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에요. 정말 그 순간만큼은 잡생각이 사라져 버리죠.
몸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아요. 몸의 모양은 그 사람의 인생, 습관 , 취향 등을 알 수 있는거 같아요. 혜린님 그림속 사람들의 몸의 라인과 손, 발 등 그 선에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고 생각하니, 혜린님의 그림을 보며 피사체의 인생 스토리를 상상하는 것이 이 참 재미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제 등은 목만 삐죽 나오고 허리는 쭉 펴져 있는 것이 릴랙스가 하나도 안된,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질린 현대인 같아 보입니다 하하! 그래도 다리가 튼튼한 것이 자연에서 달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네요.
혜린님의 굽은 어깨는 어떻게 괜찮으신가요 ?
작은 몸과 달리 손 힘이 센 혜린님은 그림을 그리느라 팔과 손이 참 야무진데 말이죠.
전시회가 끝났으니 가끔 운동도 하고 그러셔야죠. 그래야 오래 그립니다. 알겠지요 ?
멋진 산방산 근처 시크릿 비치와 저를 그려줘서 고맙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따뜻한 옷을 잘 챙겨 다니세요.
그럼 다음 그림엽서 기대할게요.
가을의 중간에 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