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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이월의봄날 Nov 10. 2024

#6.(응원) 24.11.14 (D-4)

브런치 팝업 전시에서 얻은 글감 30가지로 글쓰기.

3kg이 조금 넘는 싸게에 폭 쌓인 아기를 건네받고서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훅 올라와 목울대를 꽉 막았다. 손 끝으로 조심스레 품에 안긴 아기의 뽀얀 뺨을 아주 살짝 터치했다. 사시나무 떨리듯 주책없이 떨리던 손끝에 느껴진 보드랍던 그 감촉에 눈물이 주룩 흘러내린다. 그제야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아, 이게 내 속에서 나왔단 말이지?'


 몇 시간 전의 고통스럽던 진통의 시간들은 잊은 지 오래였다. 작고 도톰한 입술을 달싹이며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아기를 보면서 가슴 끝이 찌르르하게 전기가 올랐다. 마침내 아기의 신호에 엄마의 몸으로 반응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첫 출산, 첫 모유수유가 다 그렇듯 쉽지 않았다. 그 작은 입술에 온전히 물리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성격 급한 아이는 불안하고 서툰 엄마의 손길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가 악마가 되어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털들이 바짝 서고, 온몸의 땀구멍이 확장되고 땀들이 폭발했다. 겨우 수유 하나 하면서 눈물 콧물 흘리며 당황해했다. 이빨도 아직 나지 않은 입이 무슨 빠는 힘이 강한지 유두가 찢기는 일도 허다했다. 그래도 병원이나 조리원에서의 한 달은 수월했음을 그땐 몰랐지! 그저 호출 때만을 기다리면 되었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아이와 나 둘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서툰 엄마와 성격 급한 아이...


 등에 센서라도 달려있는 건지 겨우 재웠다 싶어 아주 조심히 내려놓기만 하면 이내 꿈틀거리더니 기어코 자지러지게 울고야 만다. 하... 이렇게 재우는 거 하나도 쉽지가 않아서 앞으로 어쩌지? 싶은 절망감에 아기를 따라 울기도 여러 번이었다. 양껏 먹였다고 생각했는데, 어김없이 두 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늘 두통과 피곤함을 달고 살아야 했다.

누구에게나 온다는 100일의 기적을 꿈꾸며... 제발 통잠을 자는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100일이 지나고, 뒤집기 시작하더니 자작자작 걷기 시작했고, 아이의 활동 영역도 넓어져갔다.

통 잠은 잘 수 있게 되었지만, 잠시도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시기가 찾아왔다. 밤새 잠만 자주면 뭐든 쉬울 것 같았는데, 육아에서 쉬운 일은 결단코 없었다.

난이도 극강! 최고 난이도의 레벨이 끝도 없이 이어질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생명체가 주는 가슴 떨리는 행복은 어떤 것에도 견줄 수가 없었다.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이 이 아이를 낳은 일이다. 자신 있게 말할 말 큼의 확신은 처음이었다.


 처음 "엄마" 소리를 듣던 순간, 처음 아이가 안겨왔던 순간, 처음 야단치던 순간, 처음 놀러 갔던 순간... 아이와의 모든 처음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난다. 어느 세월에 그 품 안에 작던 아이가 수능을 며칠 안 남긴 아빠의 키를 쫓아가는 열아홉 살 청년이 되었다.  

앞이 캄캄했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렸단 말인가!   

사내아이 답지 않게 세심하고 다정함이 넘치던 아이는 사춘기도 둥글게 넘어갔다.


"무슨 지가 상전인 줄 안다니까! 아휴 공부는 지가 하는 건데 왜 내가 이렇게 힘들고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거냐고,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사는 거 같아! 얼른 수능이 좀 끝나야지! 이거야 원... 너무 스트레스야!"


아이의 친구 엄마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지금 아이가 겪을 심적 부담감과 고통이 그 언젠가의 나도 겪었던 시간들이 아니던가 싶어서 먹먹해진다.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싶어서 나도 또래의 엄마들처럼 '수능도시락 싸는 요령' 등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부담스러워할 행동들은 하지 않는다. 잘 마무리가 되어가는지 조차 묻지 않기로 한다. 그저 묵묵하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엄마는 여기 있어! 지친 하루의 끝에 고개를 들고 보면, 보이는 이곳에.

분명히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나올 것이고!  그거에 덤으로 행운도 함께 하기를 매일을 기도했으니, 신께서도 반응해 주시겠지?

그저 무탈하게, 남은 시간 특별한 이벤트 없이 물 흐르듯 지나기를... 오늘도 마무리 잘하고 들어와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기를...


너를 포함한 모든 수험생 아들 딸들아.

남은 4일...마무리 잘해서 우리 모두 다 웃었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잘 버텨줘서 고맙다.

너무 너무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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