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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서생 Oct 03. 2024

강원도의 숨은 힘

김대남과 이명수의 통화 녹취록을 보고

강원도는 원래 힘이 없다. 땅은 넓은데 인구는 적으니 1인 1표 민주주의사회에서 다른 광역지자체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하다. <강원도의 힘>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는데, 시종 무기력한 인물들의 허접한 일상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강원도가 얼마나 만만히 보였으면 그런 제목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을까 싶다.


그래도 강원도 출신인 내가 아는 많은 강원도 사람들은 힘을 동경한다. 하지만 자신은 힘이 없으니 늘 힘 있는 정치인을 뒷배로 삼아 세속적인 성공을 꿈꾼다. 그들에겐 공적 사명감이 투철한, 지혜롭고 유능한 정치인은 필요 없다. 자신과 자신의 집안에 이익을 안겨줄 정치인이면 된다. 진태양난이란 별명의 김 아무개 도지사, 원조 윤핵관 권 아무개 5선 의원, 윤통의 직계후배로 공부 잘했다는 자랑질로 유명한 유 아무개 의원 등 강원도에서 유독 검찰 출신 정치인이 득세하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위 인물들보다 더 힘 있는 자가 있었다. 바로 이철규 의원이다. 그는 비록 검찰이 졸로 보는 경찰 출신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자인 여사님의 명령을 직거래로 받들어 모시는 인물이었다. 이는 강원도 출신 김대남 전 청와대 비서관과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 간 통화에서 확인되었다. (이 두 사람은 전혀 몰랐다가 같은 강원도 출신인 걸 알고는 바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 강원도 출신이 최고권력자의 특급 따까리였던 적이 있었던가? 노무현의 최측근 이광재가 강원도출신이긴 하나 노무현처럼 고지식한 사람의 최측근은 강원도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뒷배가 아니다. 이제 강원도민에겐 이철규가 있다. 와우, 강원도민 만세다! 이제 강원도의 진정한 힘을 보여줄 때다.


영화 <강원도의 힘> 포스터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끼리끼리 잘 뭉쳐 다니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경상도나 전라도 출신과는 다르게, 강원도 출신은 서로 신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강원도 출신 김대남 전 청와대 비서관과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 간 통화에서 확인되었다. 김대남은 이명수와 이철규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 하지만, 이명수는 이를 간파하고 이용해 내밀한 정보를 빼내서 만천하에 공개한다. 멋지게 되치기를 한 것이다. 물론 상대방을 이용하는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김대남은 자신의 이익 즉 사익이 목적이고 이명수는 공익이 목적이니까. 이것만 보면 강원도 출신에게는 동향인의 의리보다 사익이든 공익이든 이익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강원도민은 ‘강원도의 힘’에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 '강원도의 힘'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홍상수가 영화 <강원도의 힘>으로 강원도를 조롱한 이유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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