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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by 까칠한 서생

1.

내가 지지했던 대통령 후보 중 당선된 사람은 김대중과 노무현이다. (문재인 당선 시에는 심상정을 찍었다.) 그리고 이번엔 이재명이고 이미 투표를 마쳤다. 이재명이 당선되면 내가 찍어서 당선된 대통령은 세 명이 된다. 그런데 그 세 사람에 대한 지지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요약하자면, 김대중은 과거, 노무현은 현재, 이재명은 미래가 지지 이유다.


김대중의 경우, 그가 겪은 과거의 고난은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무현의 경우, 그가 겪고 있는 당시의 탄압은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그 부당함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재명의 경우(물론 그에게도 과거의 고난과 현재의 탄압이 엄청났지만), 그가 지닌 탁월한 능력은 대통령이 되어 가장 화려하게 꽃 필 것이라 생각한다.



2.

이재명의 유세 내용 중 보완해주고 싶은 대목이 하나 있다. 그는 가끔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권력자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때마다 들고일어나 바로잡아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건 분명 사실이지만 자칫 무책임한 태도로 보일 수 있다.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잡는 과정에서 치른 막대한 희생과 대가를 고려해야 한다. 자신이 최고 권력자가 되어 잘못을 저지를 생각이 없다면 그렇게 말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바로잡을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노무현도 그 비슷한 말을 하긴 했다. 그는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 말에는 비주류나 피지배자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다.


3.

유시민의 분석대로, 비주류의 주류였던 김대중이나 비주류의 비주류에 그쳤던 노무현과 달리, 이재명은 비주류의 비주류에서 비주류의 주류로, 그리고 바야흐로 '주류의 주류'로 진화하는 중이다. 그것은 백낙청의 '변혁적 중도'와도 통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권력자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바로잡는 위대한 국민' (내게는 닭살이 돋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클리셰)이 아니라, 권력의 중심에서 '공정과 상식'으로 '정의사회가 구현'되는 '보통사람의 시대'를 맞아 '나라다운 나라'인 '진짜 대한민국'의 주류로 살게 될 것이다. 이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피어나는" "사람 사는 세상"의 문이 열리고 있다.


4.

6.3 대선을 맞이하는 이러한 나의 자세가 우리 모두의 자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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