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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 R Aug 07. 2022

아파트 청약 당첨이라니

비하인드 스토리

벌써 4년 전이다.

2018년 2월 #무주택으로 살던 #회사 선배 가 #고덕 에 당첨됐다는 얘길 들려주었다.

나혼자산다의 이시언님도 청약에 당첨됐다는데 더 이상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경쟁률이 어마 무시하다던데 당최 #아파트 청약을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그저 부모님 잔소리에 #청약통장 에 꾸준히 자동이체만 했었는데 실행은 묘연했다.

당첨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는 곳에 가서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목숨 걸고 줄지어 서있을 시간과 에너지도 첫아이 육아휴직 후 남은 휴가마저 없었다. 당시 둘째를 임신하고 있어 산부인과에 정기적으로 가야 하는 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료 몇몇이 관두면서 청약 때마다 휴가를 쓴다고 하기엔 눈치가 너무 보였다.

그런 와중에 그해 3월 가뭄의 단비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청약시스템이 개편돼, #특별공급이라도 온라인으로 접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굳이 힘들게 현장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청약신청 당일 수많은 서류를 준비해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내달 청약시스템 개편... 그동안 특별공급은 1~2순위와는 다르게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접수했다. 밤늦게까지 접수하거나 서류를 검토하는 등 수작업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단기간에 시간과 인력이 대거 동원됐다. 개편 이전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후라면 직원의 재교육이 필요하다. 예비 청약자들에게 홍보도 필수다. 단기간에 동원되는 인력들의 재배치 문제와 분양 기간 연기에 따른 비용도 고려 대상이다.

한국경제 2018.3.11 기사  ←당시 인터넷 기사 내용 보러 가기


그날부터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아파트 투유에 접속했다. 조건은 단 2가지만 봤다.

서울이어야 할 것

9억 미만인 지 확인할 것(대출 가능 조건)

어떤 회사원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회사 일이 많아 일찍 출근했다고 하더라도 #아파트투유를 버젓이 올려두고 여유롭게 청약을 할 수는 없었다. 2가지 조건을 재빠르게 훑고 접수한 후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당시 친정 근처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었고 #입덧 이 제법 심해 사당에 있는 회사까지 남편이 출퇴근을 시켜주었다. 청약 당첨을 확인했던 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남편 옆에 앉아 폰을 만지작거렸다.

"우리 청약되긴 글러먹은 것 같아 3개월을 시도했는데 탈락만 되네. 하늘의 별 따기라더니 진짜인가 봐" 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곧 늘 하던 대로 아파트 투유에 접속했다.

아무 생각 없이 당첨결과 페이지를 확인하는데 느닷없이 당첨 동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생시인지 구별이 안가 두 눈을 비볐다. 지금이야 서울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진 이래 핫한 동네가 됐지만 그때 당시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다른 동네 아파트에 당첨됐다고 말했으니 서울이라는 정보 외엔 사실 그곳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사실 필자는 송파에서 나고 자라 다른 동네보다는 송파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컸었다. 위례신도시에서 전세로 살면서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도 가지게 됐다. 그래서 북 위례 청약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전세 기간이 다 끝나가도록 기다리던 그곳의 청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아직까지 지역을 정해두고 청약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런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 같다. 남편과 신혼집으로 17평짜리 아파트를 매매하고 판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첨이 되고 몇 개월 뒤 전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 기존에 집을 한 번이라도 보유한 적이 있던 사람은 #청약 당첨 불가라는 조건을 만들어서 간담이 서늘케 했다. 그 이후로도 부동산 정책과 청약조건이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아무튼 당첨이 된 후 그제야 분양 사이트에 들어가 온라인 #임장을 시작하고 각종 서류를 내느라 내비게이션을 찍고 그곳에 처음 가봤다. 주변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고 주변을 조사했다. 같은 서울이지만 처음 보는 동네인 데다,  해당 지역은 뉴타운으로 지정돼 곳곳에서 건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공사현장에서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 혹시나 국가가 치는 사기극은 아닐까 별별 의구심마저 생겼다.


 그해 여름은 정말 무더웠다. 2호를 임신하고 만삭일 때였는데 한걸음 한걸음 움직이는 것 마저 쉽지 않았는데 청약이 되고 나니 더 바빠졌다. 계약을 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제야 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겨우 휴가를 내었다. 당시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1억 정도 저렴했다. 그럼 적어도 1억은 벌 수 있구나 생각하며 당첨 근거자료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내 손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당첨된 곳은 숲세권이란 장점이 있었지만 출퇴근 시간을 피하면 친정으로부터 차로 40분쯤 떨어진 곳, 당시 근무하던 직장으로부터는 출퇴근 러시아워엔 족히 왕복 2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진지하게 포기해야 하는지도 고민했었다. 결국 입주를 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결국 입주를 하려면 #디지털 노매드 가 되거나 퇴직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특히 #자금수급 계획을 적을 때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갑자기 어디서 계약금 10%를 구할 것이며 중도금은 6차 중 4차까지만 지원돼 나머지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불안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군말 없이 출근할 수 있었다. 청약 당첨은 절약해야 하는 충분한 동기가 돼주었다. 그날부터 난 #디지털 노매드의 꿈을 더 적극적으로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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